[더구루=길소연 기자] 글로벌 항공사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국유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 나라별로 필수 산업인 '하늘의 교통 인프라'를 구제하기 위해 자금 지원 및 국유화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전체 항공사가 아닌 대표 항공사만 구제에 나서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경영 위기에 빠지자 나라별로 항공사 국유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먼저 국유화로 항공사 구제에 나선 건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대표 항공사인 알이탈리아항공은 지난 2002년부터 자금난을 겪고 있다. 2009년 파산보호(법정관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등 재정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스테파노 파투아넬리 이탈리아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말 "알리탈리아가 완전한 국유화가 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구제를 선언했다.
알이탈리아항공은 장기 침체로 2017년부터 정부의 통제 아래 있었으나 국유화 조치로 주식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오는 6월부터 새로운 시스템으로 사업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르투갈도 항공사 국유화를 검토 중이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도 "필수 기업을 잃을 수 없다"며 "TAP 포르투갈의 국유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프랑스와 미국 역시 국유화를 염두하고 항공사 지원에 나선다. 브루노 르 메레르 프랑스 경제금융부 장관은 에어프랑스를 지목, 필요하면 국유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이미 70억 유로(약 9조2000억원)의 정부 지원을 결정했다. 미국은 항공사에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아시아에서도 공공지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형 항공사(FSC)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총 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고용안정과 자구노력을 전제로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검토한다. 이미 LCC에 3000억원 융자지원을 실행했고 필요시 추가 자금 지원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항공사들은 정부 지원이 불공평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일랜드 LCC인 라이언에어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언론을 통해 "각국 정부는 모든 항공사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고 있다"며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나 독일 루프트한자와 같은 대형 항공사에만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 붓고 있는데 LCC를 포함한 모든 항공사에 공정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라이언에어는 코로나 여파로 경영 위기에 직면하자 직원 15%인 3000명을 감원키로 했다. 감원 대상은 대부분 조종사와 승무원이며 남은 직원 역시 임금이 삭감될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는 애초 6월부터 항공편 운항을 정상화할 예정이었지만 사정이 좋지 않아 7월로 한 달 늦췄다. 아울러 9월까지 항공편을 50% 감축해 운항할 예정이다. 운항 취소에 따른 요금 환급은 최대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일부 금융기관이 국유화됐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항공산업이 필수 산업이다보니 정부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 여파로 항공 여객은 전년 대비 80% 감소하고, 전체 항공산업 수입은 2700억 달러(약 331조원)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