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차량용 향기 제품과 패션 액세서리 등 두 가지 제품군을 겨냥한 상표권을 확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감성 경험과 브랜드 팬덤을 일상 속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2일 미국특허청(USPTO)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3월 'QOM' 상표를 두 가지 범주로 출원했다. 우선 △차량용 에센셜 오일 △리드 디퓨저△방향 오일 등 '자동차용 향기'이며, 다른 영역은 △시계 △키링 △주얼리 등 '패션·액세서리' 제품군이다.
향기 카테고리는 제네시스와 팰리세이드 등 고급 트림 모델에서 프리미엄 편의 사양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공기청정 시스템이나 무드 라이팅과 결합해 쾌적한 차량 실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량 공조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도 예측된다.
'QOM' 상표를 향기 제품군으로 출원한 것은 럭셔리 완성차 브랜드들이 채택한 '인캐빈 퍼퓸' 전략과 닮아 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2월 '롤스로이스 센트(Rolls-Royce Scent)'를 출시, 전문 조향사가 만든 향을 특허 기술로 확산시키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링컨 등도 이미 고급차 라인에서 유사한 솔루션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기아를 통해 '기아 향(KIA Fragrance)'을 개발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공개된 이 향은 기아 브랜드 속성을 담아 쇼룸, 서비스센터 등 고객 접점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QOM 상표 출원은 현대차 브랜드 차원에서 당시 시도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액세서리 제품군 출원은 차량 외부에서 브랜드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키링과 시계, 주얼리 등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브랜드 정체성을 일상에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다. 실제 미니와 지프, 포르쉐 등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강화하는 브랜드들은 키링 등 굿즈를 활용해 브랜드 충성도 제고와 신규 고객 유입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다만 상용화 시점과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이들 출원 모두 '상표 사용 의도(intent-to-use)'를 기반으로 한 단계로, 현재 신규 출원으로 심사관 배정 대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표 등록은 현대차가 향기와 액세서리 두 제품군을 'QOM'이라는 동일 상표 아래 배치함으로써 차량 내 감성 경험과 외부 라이프스타일 노출을 동시에 강화하는 다층적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향기는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액세서리는 팬덤 기반의 일상 속 노출을 담당하며 서로 보완하는 점에서 중장기적 브랜드 경쟁력 확장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