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중동 두바이유 벤치마크(가격 기준)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이란 전쟁으로 두바이유 벤치마크를 구성하는 일부 유종의 선적이 어려워지면서 가격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일 글로벌 원자재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하루 1800만 배럴의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인 두바이유 벤치마크도 직격탄을 맞았다.
두바이유 벤치마크는 △두바이유 △오만유 △어퍼자쿰유 △알샤힌유 △무르반유 등 5개 유종으로 구성돼 있다. 가격 산정 기관인 ‘S&P 글로벌 에너지 플래츠(S&P Global Energy Platts)’가 호가, 거래량, 품질 차이를 따져 가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일부 유종의 선적이 불가능해지자 S&P 글로벌 에너지 플래츠가 지난달 초 UAE 푸자이라 항에서 선적되는 무르반유와 오만유 등 두 종만 가격 산정에 포함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S&P 글로벌 에너지 플래츠는 보통 변경 사항을 적용하기 전 수개월간 협의를 거치는데, 3월 거래 기간 중 5월 선적분 화물을 제외한 것은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두바이유 벤치마크가 더 이상 지역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두바이유 벤치마크가 흔들리면서 시장 변동성도 높아졌다. 현물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20일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70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2008년 브렌트유의 역대 최고치(147달러)를 가볍게 갈아치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바이유 벤치마크는 사실상 망가졌다"며 "더 이상 실물 시장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의 계약 싹쓸이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토탈에너지스는 지난 한 달간 두바이유 계약에 약 40억 달러(약 6조원)를 쏟아부으며 시장을 장악했다. 3월 인도된 82건의 두바이유 화물 중 무려 77건을 독점했다.
두바이유를 주력 원유로 사용하는 한국 등 아시아 정유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국내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의 폭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부 아시아 정유사들은 두바이유 대신 미국산 원유나 브렌트유 선물에 연동된 가격 체계로 급하게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체결된 계약과 헤지(위험 회피) 물량에서 발생한 손실이 배럴당 최대 100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