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비토권 봉쇄'…LG·SK 합의 가능성↑

ITC, SK 영업비밀 침해 인정…포드·폭스바겐 공급 유예 허용
美 공장 가동 불투명 여전
LG 판결 부합하는 제안 요구…합의 시 우위 전망

 

[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의 주장을 수용했다.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한편 포드와 폭스바겐에 제품을 납품할 퇴로를 열어줬다.

 

유예 기간이 지나면 공급이 불가능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은 리스크가 여전하다. 현지 투자를 고려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LG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최종 판결을 토대로 합의금 논의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관측된다.

 

◇ITC "SK 배터리 10년간 수입 금지"

 

ITC는 11일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10년간 미국에서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2019년 4월 당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2개월 만이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폭스바겐에 제품을 공급하도록 배터리와 부품 수입은 각각 4년과 2년 허용하는 유예 기간을 뒀다. 2022년 출시 예정인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과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사용된다.

 

ITC는 결정이 내려진 이 날까지 판매된 기아자동차용 배터리 수리나 교체도 허용했다.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의 고객사 중 하나다.

 

ITC의 결정은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대통령은 60일간 심의 기간을 가지며 정책적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피고는 심의 기간 종료 후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최악 면한 SK…포드·폭스바겐 전기차 출시 '이상무'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을 내고 "30여 년 수십조원을 투자해 쌓아온 지식재산권이 보호받게 됐다"며 환영을 표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 결과"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소송이 사업 및 주주 가치 보호를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법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해 아쉽다"며 "앞으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주어진 유예기간 동안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ITC가 포드와 폭스바겐에 제품을 납품할 길을 터주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공장을 짓고도 배터리를 팔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총 2조9000억원을 쏟아 1·2 공장을 짓고 있다. 각각 9.8GWh, 11.7GWh 규모로 내년, 2023년에 가동된다.

 

포드는 "ITC의 결정은 오는 2022년 중반에 전기 픽업트럭 F-150을 출시하려는 회사의 계획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배터리 수급에 이상이 없음을 밝혔다.

 

폭스바겐도 "ITC의 판결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판결로 오는 2022년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본보 2020년 2월 11일 참고 LG 손 들어준 美 ITC 판결에…포드·폭스바겐 "전기차 생산 계획대로">

 

다만 SK이노베이션의 미국 1공장이 내년 양산에 돌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포드는 약 2년6개월, 폭스바겐은 약 6개월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체 공급사를 찾기 위한 시간을 줬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판단이다. 

 

◇SK 美 투자 불확실성 여전…합의점 찾나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공급할 수 없어 미국 사업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ITC 판결에 항소할 수 있지만 선례에 비춰볼 때 최종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 ITC의 수입금지 조치를 명령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2010년 이후 6건인데 5건은 항소 후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 항소 기간 ITC 명령의 효력도 계속된다.

 

SK이노베이션이 고려할 수 있는 카드는 대통령의 거부권과 합의다. SK이노베이션은 판결 직후 "조지아 공장이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하겠다"고 밝혔었다. 미국 공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해 거부권을 얻어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ITC 설립 역사상 영업비밀 침해 건에 거부권이 행사된 적이 없다는 점이 변수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남은 건 합의뿐이다. ITC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만큼 합의는 LG에너지솔루션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판결 직후 SK이노베이션에 "ITC 최종결정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부합하는 제안으로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LG의 자신감을 반영한다.

 

양사는 합의금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조원,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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