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포드의 유예 기간 연장 요청을 거절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지하고도 배터리 협력을 추진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ITC가 최종 판결을 재확인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C는 4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의견서에서 신형 전기차에 대해 유예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포드의 요청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영업비밀 도용이 인정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용을 더는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ITC는 "공공의 이익은 포드의 요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F-150과 달리 SK의 수입을 배제하고 다른 공급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신차 출시에 특별한 해를 끼친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알고도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한 포드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했다. ITC는 "포드 직원이 2019년 11월 위원회의 조사에서 증언한 이후에도 포드는 SK와 비즈니스를 모색했다"며 "포드가 SK의 심각한 위법 행위를 무시하거나 변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어느 기록에도 설명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서 잘못은 SK뿐 아니라 영업 비밀 도용에 근거한 비즈니스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로 선택한 포드와 같은 사람들에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ITC가 포드의 요구를 기각하며 포드는 배터리 수급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기댈 수 있는 선택지이지만 ITC가 최종 의견서에서 기존 입장에 힘을 실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앞서 폴리 트로튼버그 교통부 부장관 지명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ITC 판결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 부합하는지 살피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업계는 이 발언을 곧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투자에 차질을 빚으면 미국 전기차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ITC가 최종 의견서에서 포드를 맹비난하고 SK이노베이션의 위법 행위를 못 박으며 거부권 카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은 ITC 최종 판결 이후 60일 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ITC 판결을 수용하면 최종 확정돼 효력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