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글로벌 의류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한세실업 본사가 굳이 한국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경제 전문 매체 더월드폴리오(The Worldfolio)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미국, 베트남, 과테말라 등 각 지역의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의류 ODM·OEM 전문 기업인 한세실업과 모빌리티 부문 계열사인 한세모빌리티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 중심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 중심 신성장 시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게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유럽 거점 확장과 맞춤형 제품 라인 확대를 통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재편,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한세실업은 그간 GAP, DKNY 등 미국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전체 바이어 33개사 중 18개가 미국 업체로, 미국 매출 비중이 80~90%에 달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관세 리스크가 재점화된 가운데, 미국 중심 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시장 성장성도 가시적이다. 지난해 기준 유럽 수입 의류 시장은 1275억 달러로, 미국(1077억 달러)을 추월했다. 유럽연합(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EU-인도네시아 FTA 협상 진전 등도 한세실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주요 생산기지가 위치한 동남아 국가들과의 FTA가 관세 절감 효과를 가져오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 측면에서도 한세실업은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해왔다. 현재 베트남에 11개 공장과 162개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기준 7491만장의 의류를 생산했다.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 다수의 글로벌 생산 거점 역시 유럽 수출 확대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단순 OEM·ODM을 넘어 3D 디자인, R&D 기반 액티브웨어·수영복·아웃도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기술 중심 고도화 전략도 함께 추진 중임을 전했다.
일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김 부회장은 "맞춤형 스타일링 수요에 대응해 일본 전담 디자인 사무소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지역별 맞춤 전략으로 공급 네트워크를 다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세실업은 이처럼 지역 다변화, 제품 고급화, 생산 경쟁력 확보의 3박자를 갖춘 전략을 통해 유럽 중심 신성장 축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 속에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글로벌 유통사와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