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 애꿎은 우리만 '공급망 리스크'

中기업, 한국에 공장 구축해 미국 수출 규제 회피
美 정부, 한국산 제품에도 관세 부과

 

[더구루=홍성환 기자] 중국 기업이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가운데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트라는 25일 '중국 투자 패턴의 변화와 공급망 위험'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산 제품의 판로가 막히면서 중국 기업이 한국 공장을 인수하거나 한국 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우며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에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구체적으로 알루미늄박 규제 사례를 들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인 알루미늄박은 양극재 원가의 5~10%를 차지한다.

 

알루미늄박은 알루미늄을 좁은 롤러 사이에 통과시켜 얇게 편 제품이다. 두께가 20㎛(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만으로 내려가면 생산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알루미늄 주조 기술과 정밀 압연 기술을 가진 산업이 따로 분화됐고 단순 절단 작업까지도 많은 양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분업해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2022년 7월 한국 기업을 조사하면서 분업화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중국산 알루미늄박 제품에 대해 2017년부터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중국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한국으로 알루미늄 시트·스트립·박을 들여온 뒤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했다"고 판단했다.

 

상무부는 1년 넘는 조사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리고 미국으로 수출된 한국산 알루미늄박에 대해 중국에 부과되던 반덤핑·상계관세를 적용했다.

 

코트라는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국내 투자가 야기한 리스크와는 별개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우리 기업이 많다"면서 "판로가 막힌 중국산 제품이 국내로 밀려 들어오며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에 풀리면서, 만들어서 파는 것보다 수입해서 파는 것이 더 남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 무역전쟁이 법의 테두리 안팎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극도의 분업화와 규모의 경제, 제조업 효율성으로 대변되는 우리 한국 산업의 기존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코트라는 "전체 공급망 중 특정 분야에 집중해 효율을 추구하는 산업이 가진 외생적 한계"라며 "자유무역의 시대에서 관리무역의 시대로 전환되는 지금, 효율성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직 통합을 통해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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