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기너 건설(Gheena Contracting Company Ltd)' 경영진이 HD현대의 무인 건설기계를 호평했다. HD현대의 기술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협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의 주도로 추진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서 HD현대가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기너 건설사에 따르면 압둘라지즈 알모사 최고경영자(CEO)와 칼로스 배로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를 방문했다. HD현대 임직원들과 면담을 갖고 주요 기술과 사업 현황을 청취했다.
특히 이들은 '퓨처-X'를 비롯해 HD현대의 미래 건설기계 기술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퓨처-X는 HD현대가 작년 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CES)에서 발표한 차세대 건설기계다. 운전석이 없고, 바퀴 등이 달린 하부를 공용화해 굴착기나 휠로더, 굴절식 덤프트럭 등으로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레이더와 카메라로 주변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도 장착됐다. 작년 6월 '2024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콘셉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배로디 CFO는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 '퓨처-X' 사진을 올리고 "HD현대의 본사에서 혁신의 미래를 경험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최첨단 디자인과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했다"며 "따뜻한 환대와 통찰력 있는 토론을 이끌어준 팀에 감사드리며, 기술의 경계를 넓히려는 여러분의 헌신은 정말 고무적이다"라고 소회를 남겼다.
2013년 설립된 기너 건설사는 200대 이상 중장비를 보유하며 사우디 인프라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장기 계약을 따내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도로와 전기 공사 등도 수행했다.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네옴 프로젝트도 지원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HD현대는 기너 건설사와의 면담을 통해 사우디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중동발 수주를 확대한다. 사우디는 네옴시티를 비롯해 키디야(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로쉰(주택 개발), 디리야(유적지 개발), 홍해(관광단지) 등 '5대 기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경제기획부는 지난 2월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공공투자기금(PIF) 민간부문 포럼에서 2030년까지 약 1조 달러(약 15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사우디 건설 장비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HD현대는 사우디에서 잇단 계약을 체결하며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 2023년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투입될 53톤(t) 대형 굴착기 30대와 대형 휠로더 50대를 수주했고, 이듬해 사우디 종합건설기업인 사우디 팬 킹덤 컴퍼니(SAPAC)·네스마 앤 파트너스 컨트랙팅(Nesma & Partners Contracting) 등과 굴착기·휠로더 총 100대에 대한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해 1~2월 사우디와 아랍에미레이트(UAE), 카타르 등 중동 국가에서 333대의 수주 성과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