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중단…조립생산 계속"…현대차·기아 러시아 투트랙

아브토토르 공장 재고 3개월치 남은 상태
철수기업 국유화 협박 의식한 전략적 선택

 

[더구루=윤진웅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부분 글로벌 완성체 업체들이 러시아 사업을 중단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수출은 중단하지만 현지 조립생산을 통해 현지 수요에 대응한다는 것.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최근 러시아 수출을 중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에 따라 수출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지 생산 거점인 칼리닌그라드 아브토토르 공장 가동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가 철수한 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톤 알리카노브(Anton Alikhanov) 칼리닌그라드주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은 지속해서 생산을 이어갈 것"이라며 "부품 재고가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현지 부품 업체의 공급이 계속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현재 이곳 공장에서는 상반기 현지 판매 예정인 기아 5세대 스포티지 차량이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지난 1일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재가동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현대차·기아 처럼 러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현지 1위 '라다' 대주주 르노그룹이 러시아 중단에 가세하면서 수출 중단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르노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생산공장을 폐쇄하는 데 이어 오는 4월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본 뒤 장기화가 될 것으로 판단되면 반도체 칩 등 차량용 부품 공급을 지역별 재조정하기로 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24일 발간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산업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22.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르노 그룹(라다·33.8%)에 이어 2위다.

 

러시아에 투입될 예정였던 반도체 칩 물량은 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과 기아 인도 아난타푸르공장에 각각 공급됐다. <본보 2022년 3월 8일 참고 [단독] 현대차·기아, '러시아행' 반도체 칩 인도로 돌려…러시아공장 가동 불투명>

 

현대차·기아에 앞서 재규어랜드로버와 아우디를 시작으로 BMW·메르세데스-벤츠·시트로앵 등이 러시아 수출을 중단했다. 이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볼보, 폭스바겐도 러시아 판매 중단을 결정했고 후발 주자로 일본 마쓰다와 혼다, 포드도 뜻을 함께했다.

 

상용차 업체들도 가세했다. 다임러 트럭은 러시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 '카마즈'(KamAZ)와의 협업을 중단했다. 카마즈가 러시아 군용 장비를 생산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스웨덴 상용차업체 '스카니아'(Scania) 역시 러시아 수출 예정였던 트럭 물량을 대기 상태로 전환했다.

 

이들 업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잠재적인 위험을 고려,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시장에 공급을 끊기로 했다. 향후 유럽연합과 미국이 부과한 제재 결과가 명확해지면 재공급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먼저 사태 장기화를 대비한 출구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들어 2월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2만5117대(12.2%)를 판매했다. 기아는 같은 기간 2만7322대(점유율 13.3%)를 판매하며 러시아 전체 브랜드 중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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