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의 5G 표준특허(SEP) 분쟁에서 연초부터 불리한 결정을 받았다. ZTE의 5G 핵심 특허 2건에 대한 무효화 시도가 중국 당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특허 사용료 협상과 병행 중인 다국가 소송전에서 부담을 안게 됐다.
15일 중국 국가지적재산권국(CNIPA)에 따르면 CNIPA는 삼성전자가 작년 제기한 ZTE의 5G 관련 특허 2건에 대한 무효 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특허 유지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특허들의 법적 효력을 문제 삼아 협상력을 확보하려 했으나 CNIPA의 판결로 ZTE의 특허 권리는 그대로 유지됐다.
CNIPA가 유효를 유지한 특허는 '참조 신호의 전송 방법 및 장치(특허번호 ZL201711311872.X)'와 '극성 코드의 속도 매칭 처리 방법 및 장치(특허번호 ZL201710056532.0)'다. 전자는 5G 이동통신 물리계층에서 단말과 기지국 간 채널 추정과 동기화를 담당하는 참조 신호 기술, 후자는 5G 최대 전송속도 향상(eMBB) 환경의 제어 채널에 적용되는 극성 코드 속도 매칭 기술로 모두 5G 표준으로 채택돼 있다.
삼성전자가 CNIPA에 무효 심판을 제기한 것은 프랜드(FRAND) 사용료 협상과 맞물린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표준필수특허 분쟁에서 개별 특허가 무효로 판단될 경우 해당 특허는 로열티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비중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ZTE가 보유한 특허 포트폴리오는 중국 행정 판단을 통해 유효성이 재확인, 삼성전자는 ZTE의 핵심 5G 특허를 협상 테이블에서 직접적으로 흔들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양사 간 분쟁은 2021년 체결된 5G 표준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출발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ZTE는 무선 통신 표준필수특허에 대한 사용 계약을 맺고 삼성전자는 특허 사용 대가로 ZTE에 로열티를 지급해 왔다.
문제는 해당 계약이 2023년 말 만료된 이후 재계약 과정에서 불거졌다. 사용료 수준을 두고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ZTE는 5G 표준의 주요 기여자로서 특허 가치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고, 삼성전자는 ZTE가 제시한 요율이 과도하며 프랜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분쟁은 곧바로 다국가 소송전으로 확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12월 영국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ZTE의 라이선스 조건이 프렌드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ZTE는 중국, 독일, 유럽 통합특허법원(UPC), 브라질 등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반소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지난해 1월 브라질 법원은 ZTE의 신청을 받아들여 삼성에 대한 임시 조치를 내렸고, 해당 조치는 같은 해 3월 말 삼성전자의 보증금 납부 이후 해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에서는 작년 6월 본안 판결 전까지 삼성전자가 ZTE의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 라이선스가 인정됐다. 당시 영국 고등법원은 ZTE가 여러 국가에서 가처분을 연이어 제기하며 소송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정황을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영국 판결을 근거로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 ZTE에 대한 징계 절차를 요청했다.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ETSI 징계 절차 진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고 삼성전자에 해당 요청을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독일 법원은 영국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국제 표준기구에 압박을 가하는 행위가 다른 국가의 재판 절차를 방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