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불가리아 정부가, 현대건설이 짓기로 한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프로젝트의 공사비 상승을 우려해 설계(ESC) 계약을 연장했다.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체결 전 공사비 산정을 정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공사비 폭등으로 사업이 무산됐던 벨레네 원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21일(현지시간)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프로젝트에 대한 ESC 계약 기간이 14개월 연장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 초과나 건설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계속되면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SC 계약은 EPC 계약의 전(前) 단계로 실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산출하는 작업이 포함돼 있다. 불가리아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건설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ESC 계약 기간을 늘려 공사비 산정을 보다 세밀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현지에서는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프로젝트의 공사비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이 프로젝트의 비용은 140억 달러(약 21조원)로 예상됐지만, 현지 매체들은 160억 달러(약 2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 가능성과 관련해 불가리아 원전 관련 당국자는 "다른 나라에서 원전 건설 과정에서 트라우마 같은 경험(traumatic experiences)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불가리아 정부는 지난 16일 김동배 주불가리아 한국대사와 현대건설 경영진을 불러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프로젝트에 대한 공사비 고정을 요구하기도 했다.<본보 2026년 4월 17일 참고 [단독] 불가리아 정부, 웨스팅하우스 이어 현대건설 호출…코즐로두이 원전 고정비용 요구>
당시 회동에 참석한 트라야초 트라야코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 대행은 “끝없는 기한 연장과 비용 통제 부재로 인해 결국 실패로 이어진 다른 유사 프로젝트들의 경험이 있다”며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는 고정 가격으로 지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가리아는 이미 한 차례 공사비 폭등으로 인해 원전 프로젝트를 중단한 경험이 있다. 벨레네 제2원전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987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40억 유로(약 7조원)의 초기 예산으로 시작했지만, 물가 상승과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100억 유로(약 17조4000억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2021년 최종 무산됐다. 당시 사업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입찰에 나서기도 했다.<본보 2021년 1월 22일 참고 불가리아, 벨레네 제2원전 포기…한수원 '허탈'>
한편, 불가리아 정부의 최종투자결정(FID) 시점도 공개됐다. 알렉스 네스토르 불가리아 원자력공사(NPP) 이사회 의장은 “불가리아 정부가 올 하반기에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