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 핵심 생산 설비 입고를 시작하며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산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한다. 장비 도입을 기점으로 대형 수주 물량의 생산·매출 연결이 가시화, 적자가 이어진 파운드리 사업의 반등과 미국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입지 강화가 기대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4일(현지시간) 테일러 공장에서 장비 반입식을 열고 전공정 및 후공정 설비 구축에 본격 착수한다. 현지에서는 기술 및 운영 인력 채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장비 협력사 인력까지 유입되면서 공장 가동을 앞둔 준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장비 반입은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양산 직전 단계에 해당한다. 설비 설치 이후 공정 안정화와 수율 확보 과정을 거쳐야 본격적인 웨이퍼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테슬라 물량을 전제로 한 생산 준비가 실제 실행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지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약 1500명 규모의 상시 인력을 둘 계획이며 초기 장비 설치와 검증 단계에서는 협력사 인력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채용과 인력 이동이 가시화되면서 지역사회에서도 고용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테일러 공장은 2021년 약 170억 달러가 투입된 삼성전자 미국 내 첨단 파운드리 거점이다. 그동안 고객 확보 지연과 수요 불확실성으로 가동 시점이 밀리며 투자 대비 실질적인 생산 연결 여부를 둘러싼 의문이 이어져 왔다.
전환점은 테슬라 수주였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 테슬라와 약 16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해당 물량이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공장 활용 계획이 구체화됐다. 테슬라와의 계약은 단일 고객을 넘어 장기 수주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이번 장비 도입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적자의 늪을 벗어나 흑자로 돌아서는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4나노미터(nm) 공정 위주인 TSMC 애리조나 공장과 달리 삼성전자는 2나노 초미세 공정을 앞세워 기술 격차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양산 안정화의 척도인 수율 60%를 조기에 달성하고 2나노 공정의 상용화를 계획대로 완수할 경우 북미 AI 컴퓨팅 시장의 수급 지형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본사의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핵심 엔지니어들을 현지에 파격 배치하며 수율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테슬라 차세대 칩은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설계와 제조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차세대 AI 칩 'AI5'의 설계 완료를 시사하며 삼성전자와의 협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지난 15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AI5 칩 설계를 마쳤다”며 “생산을 지원해 준 삼성전자와 TSMC에 감사하며, 에이아이5는 삼성전자와 TSMC가 각각 다른 버전으로 생산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협업은 과거 14나노 공정 기반의 자율주행 칩 생산부터 이어져 온 전략적 파트너십의 연장선이다. 이번 16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통해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에서 테슬라의 AI5와 AI6 칩을 생산하며 자율주행을 넘어 로보틱스 분야까지 영향력을 넓히게 됐다.
삼성전자는 테슬라 외 고객 기반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AMD와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 'MI455X'용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와 차세대 EPYC용 DDR5 D램 공급 등을 포함한 협력 확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력 범위에는 최첨단 파운드리 및 패키징 기술 지원도 포함됐다. 테일러 공장이 가동되면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삼성전자만의 '턴키' 경쟁력이 극대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