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슬로바키아 국방부가 현대로템과 독일 레오파드의 전차를 제외한다고 밝혔다. 정식 입찰이나 협상이 없었는데도 국방장관이 나서 특정 기종을 콕 집어 발표해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K2 전차의 경우, 폴란드가 현대로템과 2차 수출 협상을 완료하기 전에 슬로바키아 정부와 구속력 없는 의향서를 맺은 게 전부지만 이번 제외 명단에서 거론돼 현대로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30일 밀마그(Milmag)와 디펜스 인더스트리 유럽 등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칼리낙(Robert Kaliňák) 슬로바키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르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2PL(폴란드향 K2 전차) 전차와 레오파드 2A8 전차에 대한 평가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스웨덴의 CV90120과 튀르키예 전차를 검토하고 있다"며 "두 옵션 모두 개발 중이지만 기존 플랫폼보다 구매·유지보수 비용이 40~50% 저렴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칼리낙 장관은 튀르키예 모델에 대해 함구했지만 현지에서는 오토카르의 툴파르 전차로 추정하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 인접국으로 국방력 강화를 위해 전차 구입을 추진해왔다. 작년 5월 '중부·동부 유럽 미래 장갑차 콘퍼런스'에서 신형 전차 104대 도입 계획을 밝히며 곧 국제 입찰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현지에서는 현대로템 K2 전차와 미국 M1A2 에이브럼스, 독일 레오파드 2A7 등을 후보로 꼽기도 했지만 정작 슬로바키아 정부는 입찰을 열지 않았다. 각 기업에 정식 제안서 접수를 요청하거나 협상을 진행하지도 않아 칼리낙 국방장관의 이번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슬로바키아가 K2 전차 확보를 위해 진행한 공식 절차는 폴란드와의 의향서(LoI) 체결이 전부다. 슬로바키아는 현대로템과 폴란드의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이 체결되기 전인 지난 2월 LoI를 통해 K2PL 구매에 관심을 표명했다. 2차 계약 체결에 성공해 K2PL을 폴란드에서 양산한다면 이를 도입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가 간 LoI 체결 이후 구체적인 협상으로 발전하지 않은 채 슬로바키아 내부 검토 단계에서 폴란드와의 협력을 더 진전시키지 않기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슬로바키아는 두 후보 전차를 우선 고려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식적인 구매 절차가 언제 시작될지는 불투명하다. 칼리낙 장관은 이날 비용과 슬로베키아 산업 기여도에 대해 호평하면서도 입찰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전차 사업에 대한 슬로바키아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슬로바키아는 2030년께 기존 전차인 T-72M1을 퇴역시킬 계획이지만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다.
슬로바키아는 지난 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산 적자가 4.9%로 유럽연합(EU)이 한도로 정한 3%를 초과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듬해 7월 지속적으로 재정 적자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며 과다 적자 시정절차(EDP)를 개시했다. 이로 인해 슬로바키아는 4년간 적자 감소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상황에 따라 GDP의 0.1%를 벌금을 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 국방비 확대도 망설이고 있다. 칼리낙 장관은 최근 "슬로바키아가 재정 건전성으로 인해 내년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