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대만이 '대만형 칩스법'을 발표하고 반도체 발전 전략을 세운다. 세금 감면부터 인재 양성까지 포괄적인 지원책으로 반도체 투자를 촉진한다.
2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 1월 1일 대만형 칩스법을 발효했다. 7일 대만 국회 격인 입법원에서 의결하고 19일 총통부가 공포했다.
칩스법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지위에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첨단 공정용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법안이다. 지원 업종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입법 취지가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에 있는 만큼 '대만형 칩스법'이라 불린다.
대만 정부는 '국가 반도체 발전 전략'도 수립한다. 이 전략에는 조세 감면을 비롯해 인재 양성과 공급망 자율성, 에너지 확보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인력 고용에 있어 대만 정부는 최소 2년의 경력 조건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공계 학과 정원을 확대하고 여성 인력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장학 기금 마련도 살핀다. 업계는 복수 국적의 재외 동포 인재에 소득세 감면 혜택을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자율성 측면에서는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대만의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또한 반도체 업체들의 전력 확보를 돕고자 태양광·해상풍력 발전소 설치를 늘린다.
대만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지킨다. 대만은 반도체 제조부터 후공정까지 약 94개 기업이 분포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국가다.
설비 투자는 활발하다. 대만의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코로나19 기간 연간 300억 달러(약 40조원)대의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수요에 맞춰 반도체 장비 수입도 증가 추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대만은 3대 반도체 장비 소비국이다. 지난해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363억 달러(약 48조원)로 10년 전 대비 약 3배 뛰었다.
생산 규모도 증가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 생산액은 2021년 4조 대만달러(약 174조원)를 돌파했다. 2022년 5조 대만달러(약 217조원)에 육박했으나 글로벌 IT 시장의 수요 둔화로 올해 4억5000만 대만달러(약 196억원)로 소폭 낮아질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18.4% 증가하며 1841억 달러(약 244조원)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액의 40%를 반도체가 차지했다.
반도체 산업이 커지며 대만과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만전자설비협회(TEEIA)에 따르면 대만은 반도체 후공정 장비 지급률이 15%에 불과하다. 전공정 장비는 1%에 그쳐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대만 반도체 업체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소·부·장 자립화율은 30%대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