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은비 기자] 현대자동차가 아세안 핵심 거점으로 키워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년 대비 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급감, 현지 전동화 전략 추진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의 지난 1분기(1~3월) 공장 가동률은 56%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10.9%) 대비 54.9%포인트 급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생산량도 2만2520대에서 1만8150대로 19.4% 감소했다.
HMMI는 현대차그룹이 아세안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으로 점찍은 ‘전략 기지’다. 지난 2022년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 내 약 77만7000㎡ 부지에 아세안 최초의 완성차 공장으로 준공됐다. 현대차는 이 부지에 2030년까지 총 15억5000만 달러(약 2조1000억원)를 순차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가동률 급감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인도네시아 내수시장 수요 위축, 그리고 전동화 전략 추진 과정에서의 초기 진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기차 전환의 일환으로 HMMI에서 생산한 차량에 현지 배터리를 적용했음에도 뚜렷한 판매 확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브랜드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 생산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 등 공세 등 영향으로 HMMI 현지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다.
향후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 가속과 함께, 아세안 시장 내 수요 회복에 따라 생산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다목적차량(MPV)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아세안 선호 차급에 집중해 모델 다양성과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나 일렉트릭을 앞세워 전기차 선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특화 차량과 맞춤형 판매 전략으로 아세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HMMI는 현지 전략형 모델인 △소형 SUV ‘크레타(Creta)’ △MPV ‘스타게이저(Stargazer)’ △중형 SUV ‘싼타페(Santa Fe) △전기차 ‘아이오닉5(IONIQ 5)’ 등 총 4종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