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동차 제조 기업의 경계를 넘어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물리적 AI(Physical AI)'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선언했다. 그룹 정체성 재정립을 통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고 제조 공정 전반의 지능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미국 글로벌 뉴스 플랫폼 '세마포(Semafor)'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로보틱스와 물리적 AI는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를 넘어 진화하는 데 핵심"이라며 "첨단 AI로 구동되는 협업 로봇과 인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디자인, 첨단 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활용해 차세대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혁신과 실용적인 응용을 연결해 인간과 협력하는 로봇 및 AI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와 AI를 단순 신사업이 아닌 그룹 정체성을 바꾸는 축으로 제시했다.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로봇·AI 기반 제조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방향을 직접 드러낸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CES 2026'에서 공개한 AI 로보틱스 전략을 재확인했다.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 생산 공정에 적용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 대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도 로보틱스 및 AI 전략과 맞물려 추진된다. 정 회장은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전략 시장으로 2028년까지 26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지정학적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과 규제 환경 속에서 현지 생산 거점을 첨단 기술의 시험대로 삼아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세계 경제의 분절화 현상을 현실로 인정하면서도 한국과 미국, 인도, 아세안을 잇는 유연한 생산 네트워크를 가동해 글로벌 '톱 3' 완성차 업체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수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 의지도 드러냈다.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확대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소를 핵심 해법으로 꼽았다.
정 회장은 "수소는 글로벌 에너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현대차그룹은 '에이치투(HTWO)'를 통해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전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모빌리티 측면에서 수소는 전기차와 함께 고객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보완적 청정 기술"이라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에너지 전환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세마포 출범 당시 창립 파트너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정 회장은 올해 초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등과 함께 세마포 주최 '세계경제정상회의(WES)'의 글로벌 자문위원으로 합류, 전 세계 산업과 모빌리티 전략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