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집적도를 대폭 끌어올린 차세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선보인다. 고밀도 패키징 기술을 통해 공간 제약 없이 저장 용량을 확대, 인공지능(AI) 서버용 스토리지 시장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장실완 삼성전자 메모리 솔루션개발실 부사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선전에서 열린 '차이나 플래시 마켓 서밋(CFMS) 2026'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SSD 로드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28TB급 5세대 E3.S SSD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256TB 용량의 6세대 E3.S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56TB 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저장 용량 확대 방식에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낸드플래시 공정 미세화를 통해 용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하나의 패키지 안에 더 많은 칩을 쌓는 ‘적층’ 기술을 통해 동일한 크기에서 용량을 키우는 기술을 택했다.
핵심은 32다이(Die) 초고밀도 패키징이다. 다이는 웨이퍼에서 잘라낸 개별 낸드 칩으로, 이 개수를 늘릴수록 같은 면적 안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16개 다이가 탑재되는 128TB 제품보다 다이 수를 2배 늘렸다.
삼성전자는 1테라비트(Tb)급 쿼드레벨셀(QLC·셀당 4비트) 낸드 다이 32개를 하나의 패키지에 쌓아 약 4TB 용량을 만든다. 이후 이 패키지를 SSD 기판 위에 다수 배치해 최종적으로 256TB 용량을 구성한다. 패키지 단위에서 용량을 끌어올린 뒤 이를 병렬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SSD 전체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대용량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로드맵이 E3.S 폼팩터에서 구현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E3.S는 데이터센터용 SSD 규격인 EDSFF 계열로, 기존 U.2 대비 더 얇고 넓은 구조를 통해 장착 밀도와 냉각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제한된 공간에 많은 저장장치를 배치해야 하는 AI 서버 환경에 적합하다.
기존 초대용량 SSD는 물리적 길이를 늘린 E3.L 중심으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E3.L은 공간을 활용해 패키지를 더 많이 탑재하는 방식으로 용량 확보에 유리하지만, 서버 설계 측면에서는 제약이 따른다. 반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E3.S에서도 256TB를 구현하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동일 공간 내 저장 효율을 끌어올리는 접근을 택했다.
두 폼팩터의 역할도 구분된다. E3.S는 연산 장치 인근에서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고밀도 스토리지라면, E3.L은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량 중심 장치에 가깝다. 이를 함께 제시한 것은 AI 서버에서 성능 영역과 저장 영역을 분리해 구성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초대용량 SSD 경쟁은 이미 글로벌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키옥시아와 샌디스크, 솔리다임, 다푸스토어 등은 240TB 이상급 제품을 공개하거나 공급 단계에 진입했다. 다만 상당수는 길이를 늘린 E3.L 기반으로 용량을 확보하는 구조다. <본보 2026년 1월 3일 참고 中 다푸스토어, '키옥시아·솔리다임 장악' 대용량 SSD 스토리지 시장 합류>
삼성전자는 경쟁사들과 달리 동일 규격 내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물리적 크기를 키우지 않고 저장 용량을 확대해 서버 내 장착 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공간 대비 저장 용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 축을 옮기는 시도로 읽힌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올해 PCIe(PCI 익스프레스) 6.0 기반 SSD ‘PM1763’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차세대 PCIe 7.0·8.0 대응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또 SSD 두께를 대폭 줄인 설계를 통해 액체 냉각 환경에 대응하고 데이터 암호화 기술(IDE) 지원으로 보안을 강화한다.
CFMS는 메모리·스토리지 산업 행사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과 제품 로드맵을 공유하는 자리다. 서버와 모바일,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군이 참여해 기술 방향과 시장 흐름을 논의한다. 올해는 삼성전자 외 SK하이닉스, 키옥시아,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인텔, 파두 등 1500개 이상 기업이 참여했다.
장실완 부사장은 "AI는 생성형 AI에서 물리적 AI로 도약하고 있다"며 "실제 환경에서 물리적 AI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고성능 스토리지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시스템 의사 결정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리적 AI는 고해상동 비디오 및 3D 포인트 클라우드와 같은 연속적인 데이터의 대규모 처리량에 크게 의존한다"며 "급증하는 데이터 수요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고성능 △고밀도 △열관리 △보안이라는 4가지 핵심 요소에 기반한 차세대 AI 서버 스토리지 기술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