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푸르덴셜생명 베팅…'신의 한 수' 아니면 '승자의 저주'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입찰에 2조2천억 이상 적어내
-'초저금리 + 코로나19' 악재, 승자의 저주 우려 제기

 

[더구루=홍성환 기자] 푸르덴셜생명의 새 주인으로 KB금융지주가 첫 손에 꼽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2조원 넘게 배팅했다. 윤 회장의 승부수가 1등 자리를 탈환할 '신의 한 수'가 될지,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승자의 저주'가 될지 관심이 높다.

 

◇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2조2000억 이상 써내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진행된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에 KB금융은 인수가로 2조2000억원 이상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대 중후반을 제시한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경쟁 상대를 크게 웃도는 액수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종규 회장의 인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윤 회장은 비은행 강화를 목표로 그동안 계속 생명보험사 인수를 꾀했다. 윤종규 회장에게 KB생명보험은 아픈 손가락이다. 카드, 손해보험, 증권 등 다른 계열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지만, KB생명은 여전히 업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며 단숨에 손보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KB증권도 2017년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업계 3위로 발돋움했다. KB국민카드는 신한·삼성카드와 함께 카드업계 빅3를 구축했다.


반면 KB생명보험은 2019년 9월 말 기준 자산총액이 10조원 수준으로 24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17위에 그친다. 윤 회장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다. 푸르덴셜생명은 자산총액 20조8132억원으로 업계 11위다. 지급여력(RBC) 비율은 505.13%로 독보적인 1위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두 회사가 합치면 9위로 올라선다.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게 되면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 지난해 KB금융지주의 순이익은 3조3100억원으로 3조4000억원의 신한금융지주와 불과 900억원 차이였다.

 

 

◇ '초저금리+신종 코로나'에 승자의 저주 우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벌써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우려와 0%대 초저금리 기조로 보험업계에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운용수익률 개선이 어렵고, 기존 상품의 이차 역마진 부담도 커진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실적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순이익은 3조1140억원으로 전년보다 22.8%(9185억원) 줄었다. 금리 하락에 따른 보증준비금 증가로 인해 보험 영업 손실이 7820억원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윤 회장이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비판에 대해 "비가 온다고 집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우산을 챙기고 비를 막을 준비가 갖춰지면 오히려 비 오는 경치를 즐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저금리를 먼저 겪은 유럽과 일본의 보험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은행업보다 높다. 보험에 대한 수요가 있고 괜찮은 비즈니스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인수 자금 조달 어떻게?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려면 1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KB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6%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상한선은 130%다.

 

KB금융지주가 2조2000억원 이상 투입할 경우 자회사 출자총액은 기존 24조2000억원에서 26조4000억원으로 상승한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37% 수준으로 뛴다. 금융당국 권고 비율을 유지하려면 자기자본을 20조3000억원으로 기존보다 1조원 이상 늘려야 한다.

 

KB금융지주는 최근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7000억원을 조달했다. 기존 보유현금 약 1000억원을 더해 약 8000억원 안팎의 실탄을 확보했다. 여기에 자회사 배당으로 7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KB금융지주의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망보험, 국공채 비중이 높아 이익 안정성이 비교적 높고, 우수한 판매 조직을 확보하고 있어 퇴직연금 등 자산 관리 분야를 강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자본 비율이 급속히 하락할 수 있고,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자본을 투자하면 우월적인 자본을 통한 경쟁력 제고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금융 불안정성으로 외화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시점에서 2조원대의 인수자금을 달러로 마련할 경우 유동성 문제가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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