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SK온과 포드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 켄터키주 공장의 노조 설립을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가 노조 설립 투표 실시를 명령하며 조만간 표결이 예정된 가운데, 사측이 조직적인 반대 캠페인을 벌인 정황이 드러나며 비판에 직면했다.
30일(현지시간) 켄터키주 지역지 '쿠리어 저널'에 따르면 NLRB는 최근 블루오벌SK 글렌데일 공장에 대해 "노조 설립 투표 요건이 충족됐다"며 선거 실시를 지시했다. 이는 지난 1월 노조 측이 대표 청원을 낸 지 약 반년 만의 결정으로, 이르면 수주 내에 투표가 실시될 전망이다.
NLRB의 투표 결정이 나오기까지 블루오벌SK는 노조 결성을 저지하려는 조직적 캠페인을 벌여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온라인 광고와 교육 자료 배포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려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노조 설립 움직임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장 가동을 앞두고 시간제 노동자의 대다수가 전미자동차노조(UAW) 가입 서명을 완료하자 다음달 사측은 임금 인상안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후 노조 반대를 전문으로 하는 외부 로펌과 컨설턴트를 고용했고, 이들 중 일부는 공식 문서를 통해 "UAW 조직화를 저지하기 위해 고용됐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오하이오 리버 밸리 인스티튜트(ORVI)' 분석에 따르면 블루오벌SK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360건 이상의 반노조 광고를 집행했고, 신규 채용자에게는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비만 수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 측은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있다.
올해 1월 블루오벌SK 노동자들이 공식적으로 대표 청원을 제출한 이후 사측은 곧바로 '표결은 시기상조'라며 NLRB에 선거 기각 혹은 연기를 요청했다. 아직 고용되지 않은 수천 명의 향후 근로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NLRB는 "기존 형성된 교섭단위에 신규 인력은 자동 편입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블루오벌SK가 '캡티브 오디언스 미팅(강제 반노조 교육)'까지 실시한 정황도 지적하고 있다. 해당 회의는 노조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반복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사실상 의무 참석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NLRB는 작년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공식 규정한 바 있으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계 위원을 전격 해임하면서 이 기준이 뒤집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측의 압박에 대해 개별 노동자들의 제소도 이어지고 있다. 블루오벌SK 소속이었던 감독직 직원은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반노조 행위에 우려를 표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며 NLRB와 연방차별철폐위원회(EEOC)에 소장을 접수했다. UAW 역시 복수의 부당해고 및 채용 거부 건을 포함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NLRB에 제소했다. 블루오벌SK는 "3건의 불만이 접수됐지만 위법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