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SK의 미국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맡은 아톰파워(ATOM Power)가 사업을 종료했다. 시장 성장의 지연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서다.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한 SK그룹의 리밸런싱 전략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과 샤롯테비즈니스 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SK㈜와 SK에너지는 미국 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충전 사업을 수행한 아톰파워를 청산했다. 지난 2022년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에 아톰파워 경영권을 인수한 지 불과 3년 만이다.
아톰파워는 전력반도체로 제어되는 회로차단기 '솔리드스테이트 서킷브레이커(SSCB)'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이 회로차단기는 전력 센서와 소프트웨어로 사용 데이터를 측정한다. 태양광 발전량과 전기차 충전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충방전량 등 데이터를 모아 수급 예측을 지원하다. 전기차 충전기에도 회로차단기를 활용할 수 있다. 여러 대의 소형 회로차단기를 1개의 중앙 패널에 집적시켜 설치 면적과 비용 모두 절감할 수 있다.
SK는 아톰파워의 회로차단기 기술을 눈여겨봤다. SK㈜와 SK에너지는 50대 50 지분으로 미국 에너지솔루션 투자법인을 설립해 아톰파워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청산을 단행했다. 아톰파워에 투자한 미 에너지솔루션 투자법인의 지분법 손실은 2023년 209억원, 2024년 875억원을 기록했다.
SK는 이번 청산으로 1058억9100만원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내부 인력은 다른 사업부서로 재배치했다.
비효율 자산을 정리하고 재무적 효율성을 높이려는 SK그룹의 리밸런싱 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과 배터리 사업은 장기적인 업황 침체로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어 리밸런싱의 주요 대상으로 꼽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SK E&S와 깜짝 합병을 추진하고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하는 SKIET의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했다. 중국 배터리 사업을 맡은 종속법인 '블루드래곤에너지(Blue Dragon Energy Co., Ltd.)'도 청산했다.
합병 효과로 작년 4분기 영업이익 1599억원을 달성했으나 올해 1분기 적자(446억원)로 돌아섰다. 2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에너지 사업 개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례적인 연중 인사를 단행하고 리밸런싱을 주도할 리더십도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