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형수 기자] K뷰티가 북미 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형 국내 기업들이 북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양대산맥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가세로 K뷰티 역사를 다시 쓰고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다변화를 꾀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16일 미국 뷰티 B2B 테크놀로지 전문기업 랜딩 인터내셔널(Landing International)은 오는 2032년 북미 K뷰티 시장 규모가 99억150만달러(약 13조497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41억9235만달러(약 5조7150억원) 규모였던 시장이 향후 9년간 136%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랜딩 인터내셔널은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K뷰티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뷰티 에디터들의 호기심 대상 정도로 여겨졌던 지난 2010년대 초반 첫번째 K뷰티 유행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북미 시장 내 K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선정했다. 북미 자회사를 통해 현지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코스알엑스(COSRX)를 내세워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알엑스 간판 화장품 '스네일 뮤신 에센스'가 미국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코스알엑스,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아모레퍼시픽이 미주 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난 1218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2년 인수한 더크렘샵(The Crème Shop)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북미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현지 MZ세대를 겨냥해 세일러문, 헬로키티 등 인기 애니메이션 콜라보 화장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현지 판매를 확대해 북미 실적 반등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이 올해 2분기 북미 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1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랜딩 인터내셔널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경쟁력을 갖춘 ODM의 성장세가 북미 K뷰티 흥행 요인으로 봤다. 이들 기업이 인디 K뷰티 브랜드의 북미 진출을 뒷받침하면서 관련 시장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콜마는 지난 6월 아마존과 협력해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 셀러데이'를 개최했다. 국내 K뷰티 브랜드의 북미 진출을 지원을 이어나가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국내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객사 253곳과 신규 계약을 체결하며 K뷰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 제2공장을 건설하고 현지 생산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인디 K뷰티 브랜드 맞춤형 솔루션 도입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공장 내 자동화 설비 설치를 확대하고 최소주문수량(MOQ)를 유연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 기업에 비해 주문 수량이 적은 중소업체를 고려해 3000개 이하 주문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수립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인디 고객사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AI(인공지능) 기반 조색 시스템도 도입했다.
랜딩 인터내셔널은 "1차 K뷰티 유행 당시 한국 화장품은 관심을 받았지만, 충성도 있는 소비자층과 광범위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면서 "반면 지금은 한류 인기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으며 북미 온라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