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LG전자가 공조시스템 설치를 둘러싼 인도 고객과의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12년여간 이어진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19일 인도 국가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NCDRC)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LG전자 인도법인이 지난 2016년 현지 병원 자가나트 라이프 케어(Jaganath Life Care)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LG전자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 명령은 파기했다.
사건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전자는 자가나트 라이프 케어의 병원과 수술실에 공조시스템 'LG 멀티 파워 시스템(MPS) 트로피칼'을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LG전자는 도면을 확인한 후 40일 이내 설치를 완료할 것이라고 전했었다.
자가나트 라이프 케어는 LG전자가 선불금을 받고도 1년 5개월이 넘도록 주문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계약 이듬해인 2011년 5월 자르칸드주 소비자 분쟁 구제 위원회(CDRC)에 LG전자를 고소했다. 제품이 다 설치되지 않았고, 일부 설치된 제품은 이상 작동으로 온도 조절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에 LG전자가 계약금을 환불하고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도록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LG전자는 자가나트 라이프 케어가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건물 도면 등이 자주 변경돼 설치가 지연된 것으로, 고객사에 과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 공조시스템만 공급한 것은 자가나트 라이프 케어가 선입금한 금액에 맞춘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LG전자는 이 병원을 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로 볼 수 없으며, 계약서에 중재 조항이 있으므로 중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CDRC는 자르칸드주 CDRC의 결정을 뒤엎고 LG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병원 수술실에 공조시스템을 설치한 목적이 쟁점이 됐다. NCDRC가 의료 당국 지침을 검토한 결과 병원의 수익 창출을 위한 상업적 이유가 반영된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자가나트 라이프 케어는 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가 아니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NCDRC는 "에어컨 시스템은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등 수술실 내부 특정 조건을 유지, 안전한 수술과 수익 창출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이는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병원 수술 서비스의 필수적인 부분이므로 실제 상업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한편 NCDRC는 인도 소비자 보호법에 따라 1988년 설립된 준사법기관이다. 현직 또는 은퇴한 인도 대법원 판사가 위원으로 소속돼 있다. 준사법기관인 만큼 판결에 강제성은 없지만 향후 사법기관을 통해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NCDRC 결정을 근거로 LG전자가 소송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