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전쟁 이후 6개월 사이 러시아 시장에서 18만대에 달하는 판매량이 증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로 4분기 판매 역시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12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3분기 누적(1~9월) 러시아 시장에서 총 10만6742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29만1912대) 대비 63% 하락한 수치다. 전쟁 이후 6개월 동안 18만5170대가 증발한 셈이다.
현대차는 3분기 누적 전년(13만2183대) 대비 62% 감소한 4만9951대를, 기아는 전년(15만9529대) 대비 64% 줄어든 5만579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라 지난 3월 러시아 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하면서 공급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현대차는 전년(1만3624대) 대비 71% 하락한 3888대, 기아는 전년(1만7037대) 대비 81% 감소한 3313대 판매에 그쳤다.
현지 판매량은 지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남은 부품 재고를 토대로 현지 생산과 영업 활동을 이어왔으나 이 마저도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 8월 러시아 현대차 공장 생산량은 '0대'를 기록했고 기아의 경우 이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셀토스와 준대형 SUV 모델 모하비를 끝으로 칼리닌그라드 아브토토르 공장 위탁 생산까지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본보 2022년 10월 1일 참고 기아, 10월 러시아 생산라인 ‘올스톱’…국내 수출 모색(?)>
현대차·기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현지에서 쌓아온 시장점유율과 투자 규모를 생각할 때 러시아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브랜드들이 빈틈을 노려 현대차·기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 이후에 회복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러시아 생산 확대를 위해 지난 2020년 옛 GM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엔진 공장도 건설해 가동해왔다.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만큼 철수할 경우 매몰비용만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플랜B'를 토대로 러시아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공장에 공급하던 부품을 타지역으로 배정, 생산량을 커버하는가 하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CBU(완전조립) 방식으로 러시아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쟁 중인 상황에서 자칫 적극적으로 생산 확대 등에 나섰다간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을 수 있어서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37만7614대를 판매해 러시아 로컬 브랜드 '라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전 세계 판매에서 러시아 비중은 6% 수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