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가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EQC'를 단종한다. 저조한 판매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최근 판매 파트너사들에 보내는 안내문을 통해 오는 2023년 5월 3일 부로 N 293 모델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N 293은 내부적으로 EQC를 일컫는 명칭이다.
출시된 지 약 4년 만에 단종되는 셈이다. 앞서 벤츠는 지난 2019년 EQC를 공식 출시한 바 있다.
단종을 결정한 대표적인 이유로는 저조한 판매 실적이 꼽힌다. EQC는 지난해 벤츠가 최고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 시장에서 3825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147대 판매가 전부였다.
차기 전기차 모델들에 자리를 내주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벤츠는 연말 브랜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한 대형 전기 세단 EQS와 준대형 세단 모델 EQE의 전기 SUV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EQE SUV의 경우 EQC의 대체 모델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쟁 업체 전기차와 비교해 △전비 △1회 충전 주행 거리 △충전 속도 등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도 단종 결정을 앞당기게 된 이유가 됐을 것으로도 업계는 보고 있다.
EQC 단종은 예견된 일이었다. 독일뿐 아니라 벤츠 브랜드에 호의적인 국내 시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1억500만원의 고가임에도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309km에 머문다는 점에서 실망하는 운전자가 많았다. 2019년 출시 후 지난해까지 국내 판매된 EQC는 총 973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차량공유업체에 대량 제공한 차량이 합쳐진 결과다.
현재 EQC 국내 판매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단종이 결정된 만큼 공급 재개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