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나윤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 거점을 재편하며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 금융 중심지의 위상이 약화되는 대신 신흥 허브가 부상하면서 금융 지형이 바뀌자 이에 맞춘 전략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글로벌 사업을 선진국과 동남아 시장으로 나눠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를 ‘제2의 마켓’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인니에서는 KB은행이 영업 중이다. 이밖에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 등 두 은행을 양대 축으로 삼아 기업금융과 디지털 금융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역별 분산과 기능별 전문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고객군, 산업 특성, 자금 흐름, 규제 안정성, 유동성 등을 종합 고려해 거점별 역할을 차별화하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미국에서 기존 동부 지역 이외 서남부까지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LA에 22년 만에 신규 지점을 열어 현지 한인과 한국계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다음 달 인도 지점을 개설해 남아시아 신흥 거점 확보에 나선다. 아울러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점 개점식을 열고 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폴란드는 중동부와 서유럽을 잇는 경제·물류 허브로 약 4000만명에 달하는 내수 시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곳이다.
이번 개점으로 하나은행은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헝가리 등 기존 네트워크와 함께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영업망을 구축하게 됐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미국 남부 텍사스주 오스틴에 지점을 열며 현지 진출을 강화했다. 또한 방산 수출 확대 흐름에 맞춰 폴란드에도 거점을 마련했고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해 ‘동남아시아성장센터’ 설립도 준비 중이다.
은행들이 이같이 해외 거점 다변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금융 중심지의 지각 변동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홍콩·도쿄 등 전통 금융 허브의 경쟁력은 약화되는 반면 미국 서남부를 비롯한 신흥 도시들이 급부상하며 글로벌 금융 중심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