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 전장 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하만(HARMAN)이 약 10여 년간 중국산 압출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반덤핑(AD)·상계관세(CVD)를 회피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DOJ)에 1180만 달러(약 173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완성차·전자 업계에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기업인 하만이 장기간 무역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 공급망 투명성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27일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 2011년 6월1일부터 지난 2023년 3월31일까지 중국산 압출 알루미늄이 사용된 히트싱크(heat sink)를 미국으로 수입하면서도 필수적으로 부과되는 AD와 CVD를 고의로 납부하지 않았다. 히트싱크는 전자 기기에서 열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해당 기간 고율의 AD·CVD 대상이었다. DOJ는 하만이 관세 미납 사실이 확인됐을 때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DOJ는 하만이 10년 넘게 관세를 회피한 것은 미국의 공정 경쟁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로 하만은 총 1180만 9628달러를 납부하며 허위청구법(False Claims Act) 및 관련 무역법 위반에 대한 민사 책임을 해소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내부 고발자(whistleblower)가 제기한 '퀴탐 소송(Qui Tam action)'을 통해 불거졌다. 퀴탐 소송은 사기 행위를 알고 있는 개인이 정부를 대신해 기업을 고소하고, 정부의 회수금 중 일부를 보상받는 제도이다. 이번 소송으로 내부 고발자는 합의금 중 약 230만 달러(약 34억원)를 보상으로 받는다. DOJ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미국 상무부(DOC)는 공동 성명을 통해 "AD·CVD 질서의 무결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 산업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반덤핑 관세는 외국 기업이 제품을 미국 시장에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덤핑'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상계관세는 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제공하는 부당 보조금을 상쇄하기 위해 부과된다. 두 제도는 미국 기업을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보호하는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한편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인수를 완료한 하만은 전장 사업(Automotive)과 컨슈머 오디오 사업(Consumer Audio)을 핵심 축으로 하고 있다. JBL, 하만카돈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마시모(Masimo)사의 오디오 사업부 인수를 통해 바워스앤윌킨스(B&W), 데논(Denon) 등 브랜드를 확보하며 미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오디오 명가 입지를 확고히 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전장 사업은 완성차 업체들에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 커넥티드 솔루션을 공급하며 업계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