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에코프로가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Danantar)'와 중국 '거린메이(격림미·이하 GEM)'를 주축으로 한 니켈 기반 배터리 소재 제조기지 구축 사업에 힘을 보탠다. 세계 최대 니켈 매장·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난타라는 에코프로, GEM, 브라질 광산 업체 발레, 인도네시아 니켈 채굴업체 메르데카와 함께 '니켈 가공 허브'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프로젝트 진행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난타라는 올해 투자 기금 약 83억1000만 달러(약 11조6000억원) 중 일부를 투입할 예정이다.
판두 샤리르 다난타라 펀드 투자 책임자는 "GEM과 주요 협약을 체결했다"며 "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해 친환경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난타라는 프로젝트 자금 조달과 운영 지원을 담당한다. 다난타라는 올 2월 출범한 인도네시아 국부펀드다. 총 자산 9000억 달러가 넘는 국유기업 지분을 편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배당금과 수익을 재투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재생에너지, 오일·가스, 니켈 등 광물 채굴·정제·제련, 식품, 인공지능(AI), 석유화학 등 분야의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GEM은 메르데카가 채굴하고 발레가 가공한 니켈 원광을 활용, 현지 법인 투자와 재활용 기술 기반 가공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수익 창출을 주도한다. 에코프로는 동일 원료를 바탕으로 니켈 정제, 전구체,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개발과 생산 기술을 제공하며 안정적인 원료 확보와 비용 절감 효과를 내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니켈 가공 허브 프로젝트는 LG에너지솔루션 중심의 LG컨소시엄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의 후 철회한 약 11조원 규모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프로젝트의 공백을 메우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에코프로와 GEM은 LG컨소시엄이 빠진 자리에 들어 전략적 투자자 역할을 수행하며, 인도네시아 배터리 소재 산업에서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포스코홀딩스, LX인터내셔널, 중국 화유코발트 등이 참여한 LG컨소시엄은 98억 달러를 투자, IBC와 니켈 광산 국영기업 '안탐'과 협력해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부터 셀까지 생산하는 통합 시설을 짓기로 했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시장 상황이 악화하며 투자 여건이 급변한데다 인도네시아의 인프라 부족과 일관성 없는 정책 문제 등이 대두되며 지난 4월 투자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에코프로가 니켈 배터리 소재 통합 생산 사업 참여를 검토한 것은 현지 니켈 사업 성장성과 더불어 GEM과의 기존 파트너십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는 GEM의 인도네시아 현지 제련 법인(QMB, ESG, 그린에코니켈, 메이밍)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며 니켈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투자 수익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에코프로는 단순한 공급망 확보를 넘어 다른 밸류체인 협력 확대 가능성도 검토해왔다.
에코프로는 지난 2023년 계열사 에코프로글로벌을 통해 QMB 제련소 지분 9%를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그린에코니켈과 메이밍 지분을 각각 10%, 9% 매입했다. 올 상반기에는 에코프로비엠과 공동으로 ESG 제련소 지분 10%를 인수했으며, 에코프로머티도 533억원을 출자해 그린에코니켈 지분 28%를 취득했다. 잇단 투자를 통해 연간 약 3만t 규모의 니켈 장기 구매계약(오프테이크)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에코프로와 GEM은 약 10년 이상 탄탄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양사는 2015년 NCA 배터리 소재 공급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처음 협력을 시작했다. 2017년에 합작사 '에코프로지이엠'을 설립해 1조원을 투자, 포항 영일만1·4산업단지 내 리튬전지용 양극재 및 양극소재 생산 공장을 공동 운영했다. 이후 2019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및 리사이클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총 87만6000t 규모의 NCA·NCM 하이니켈 삼원계 전구체 원재료 공급 계약을 맺어 오는 2026년까지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