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사업부 일부 직원들에게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고, 실제 출근 여부를 관리하는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연근무제를 유지하던 글로벌 대기업들 사이에서 '전면 출근' 전환이 확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 흐름에 발맞춰 조직 통제력과 현장 밀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부터 미국 반도체 부문 소속 일부 직원들에게 '주 5일 출근'을 전면 시행 중이다. 최근 사내 이메일을 통해 각 매니저가 직원들의 출근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 준수 모니터링 툴(compliance tool)' 도입 계획도 공지했다.
새로운 시스템은 팀장이 팀원별 사무실 출입일과 체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삼성전자는 "이는 팀원들이 업무 리더와 정의된 출근 기대치를 충족하는지를 확인하고, 런치/커피 배징(lunch/coffee badging) 같은 사례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배징'은 직원이 잠시 사무실에 들러 출입증만 찍고 실제 업무는 하지 않는 식의 '출근 위장'을 뜻하는 표현이다. 최근 미국 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출근 체크 꼼수'가 문제로 지적되며 사측의 대응이 강화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실제 출근률과 사무실 내 체류 수준을 수치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해당 툴은 현재 유급휴가(PTO)나 출장 일정을 반영하지는 않으며 향후 일부 연동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부터 해당 부서를 중심으로 유연근무 정책 개편을 추진해왔다. 당시 사내 공지에서는 "현장에서의 실시간 혁신과 협업을 위해 보다 일관되고 밀도 높은 캠퍼스 환경을 기대한다"며 정책 변경 배경을 밝혔다.
기존 운영되던 '플렉스워크(FlexWork)' 정책은 주 2회 재택근무가 가능한 형태였다. 하지만 5월부터 정기적인 사무실 출근을 요청했고 7월부턴 사실상 전면 출근 체제가 이행됐다.
회사 측은 이같은 정책이 미국 반도체 부문 내 특정 그룹에 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대상 조직이나 인력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자회사를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미국 기업 전반의 '전면 출근 회귀' 흐름과 맞물려 분석하고 있다. 아마존, AT&T, 델, 틱톡 등 주요 기업들이 작년부터 RTO(Return-to-Office) 체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이와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반도체처럼 실시간 협업이 중요한 하드웨어 기반 산업일수록 사무실 내 물리적 밀집도가 업무 성과와 직결된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