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미스토홀딩스(구 휠라홀딩스)가 사명 변경 100일을 맞았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해외에서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주가는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간판에서 '휠라'를 지우고 승부수를 띄웠으나, 효과는 크지 않은 모양새다. 시장은 골프 중심 실적 재편과 신흥 브랜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여전히 '휠라' 브랜드 부진을 주요 리스크로 보고 있다.
이번 사명 변경은 윤근창 대표가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의 아들로 지난 2018년부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이끌고 있다. 앞서 윤 대표는 미국 사업 구조 재편에 이어 사명 변경 등 글로벌 정체성 구축에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다. 기존 단일 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피해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문제는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다. 사명을 변경한 여타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인 것과 달리, 미스토홀딩스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지난 4월 18일 상호 변경을 계기로 ‘대어’로 주목받았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3만5700원(변경 전일 종가)이었던 주가는 맥 없는 흐름을 100일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1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주가는 3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명 변경 전날 종가보다 약 3.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약 28.6% 상승하며 대조를 이뤘다. 주가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윤 대표는 사명 변경을 통해 단일 브랜드 중심 이미지를 걷어내고, 글로벌 멀티 브랜드 지주사로의 전환을 자신했다. 자회사 미스토브랜드홀딩스를 통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을 앞세운 중화권 유통사업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글로벌 브랜드 다각화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매출 4조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시장에선 밸류에이션 매력과 신규 사업 전략 등을 고려하면 주가 반등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스토홀딩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2370억원, 영업이익 162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타이틀리스트'·'풋조이' 등 골프 브랜드를 전개하는 아쿠쉬네트 부문의 성장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아쿠쉬네트 부문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미스토 부문의 하락세를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스토 부문은 휠라와 기타 브랜드의 매출로 구성된다. 이 중 휠라의 올 1분기 매출은 1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뒷걸음질쳤다. 그나마 '마르디 메크르디',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기타 브랜드의 성적표는 위안거리다. 같은 기간 매출은 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4% 증가했다.
미스토홀딩스는 올해부터 3년간 총 5000억원 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고, 상반기 중 약 1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 개선 없이는 단기적 주가 부양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휠라의 부진이 지속된다면 멀티 브랜드 지주사로서 정체성 역시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증권가의 보고서 역시 자취를 감췄다. 패션업계 단골 종목이었던 휠라홀딩스와 달리 리포트가 없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거의 '0'의 수준이다. 시장 애널리스트 역시 분석과 코멘트를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윤근창 대표는 "그동안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져온 휠라홀딩스가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기 위해 ‘미스토홀딩스’로 기업명을 변경했다"며 "사명 변경과 함께 미스토홀딩스의 각 계열사와 브랜드 간 성장 기회를 모색해 단일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넘는 선도적인 글로벌 패션 지주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