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HD현대와 엔비디아가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테라파워에 투자했다. HD현대의 투자는 이번이 두 번째다.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나트륨(Natrium)'의 상용화 여정에 동참할 든든한 우군으로 HD현대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테라파워는 18일(현지시간)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기존 투자자로 HD현대, 신규로는 엔비디아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엔벤처스(NVentures)가 참여했으며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독 주간사로 UBS가 나섰다.
HD현대는 지난 2022년 11월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을 통해 3000만 달러(약 4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테라파워의 나트륨에 필요한 기자재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작년 12월 첫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5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게이츠 창업자가 직접 협약식에 참석하며 양사 협력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 이번 추가 투자로 나트륨 상용화를 지원하며 차세대 원전 시장에 참여해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HD현대의 비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엔비디아 또한 테라파워를 통해 전력을 확보하고 AI 시대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원전은 훌륭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라고 밝혔었다. 전력원 확보가 빅테크 기업들의 주요 과제가 되면서 엔비디아도 테라파워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엔비디아의 고객사라는 점도 이번 투자 결정에 긍정적인 요인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모하메드 삿 시디크 엔벤처스 대표는 "AI가 산업 전반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원전은 이를 뒷받침할 핵심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며 "테라파워의 기술은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혁신적인 무(無)탄소 해법"이라고 말했다.
테라파워는 재원을 활용해 신속한 나트륨 배치를 추진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나트륨 공급을 늘린다는 포부다. 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원전 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대외 환경은 긍정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행정명령에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용량을 4배 확대하고 원전 신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테라파워는 재원 확보를 위한 상장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비상장 기업으로 남고, HD현대나 엔벤처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지속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크리스 르베르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자금 조달은 우리 기술이 산업계가 찾고 있는 해결책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엔벤처스가 비전 있는 투자자 그룹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