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하준號에 실린 '오비 소주'…'소맥' 판 흔들 메기(?)

취임 5주년, 상반기 1호 제품 나올 듯
해외 시장 겨냥 과일 소주 론칭 계획
고정관념 타파 '배하준표 혁신' 주목

 

[더구루=김형수 기자] 배하준호(號) 오비맥주가 맥주에 이어 소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맥주 전문 기업' 이미지를 쌓아왔지만 국내 외식 음주 문화에서 사실상 '소맥'이 주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상황이 적지 않았다. 올해 지휘봉 5주년을 맞은 배 대표는 국내 맥주 시장을 장악한 '카스 노하우'를 토대로 소맥(소주+맥주) 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메기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2월 흡수합병한 제주소주를 통해서다. 이르면 상반기 내 1호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배 대표는 지난 2020년 1월 1일 오비맥주 대표로 지휘봉을 잡았다. 벨기에 출신 그는 자신의 본래 이름 벤 베르하르트(Ben Verhaert) 대신 배하준이라는 한글 이름을 짓고 국내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성씨 배(裵), 물 하(河), 높을 준(峻)을 써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듯 바다처럼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끄는 리더십'이라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

 

오비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소주 사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맥주 사업에 주력해온 오비맥주가 소주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를 계기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카스와 제주소주를 알리며 K열풍을 이어가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내 소주 시장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와 함께 3파전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비맥주는 맥주 1위 사업자로 이미 전국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올해 소주 사업 본격화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달 특허청에 △돌돌(DOLDOL) △짠(ZZAN) △짠(JJAN)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소주 및 리큐르 품목 50개에 대한 제조 보고를 마친 데 이어 오비맥주 소주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들 상표는 소주, 과실주, 과일함유 알코올 음료, 리큐르 등으로 지정돼 출원됐다. 오비맥주가 향후 제주소주를 통해 출시할 과일소주 상표 선점 차원에서 이들 상표를 등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주 시장을 향한 오비맥주의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며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는 '배하준표 혁신'이 소주 시장에서도 발휘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오비맥주가 론칭한 '올 뉴 카스'가 이같은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오비맥주는 올 뉴 카스에 맥주병으로 널리 쓰이는 어두운 갈색병이 아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병을 적용했다. 소비자들이 카스의 청량함과 신선함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0°C에서 72시간 저온 숙성을 통한 '품질 안정화' 과정을 거쳐 양조자에서 방금 생산된 신선한 맥주의 맛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선두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추구하는 배 대표 경영 철학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조사결과 카스 국내 가정용 맥주시장 점유율은 △2021년 상반기 38% △2022년 상반기 41% △2023년 상반기 42% △2024년 상반기 44%를 기록하며 꾸준히 늘어났다. 13년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오비 소주' 내세워 동남아 '노크'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의 진로 소주,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등이 장악하고 있는 내수 시장에 비해 블루오션으로 평가되는 해외 시장 공략에 먼저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장 조사, 내부 조직 구성 등 준비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북미·남미·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전세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보유한 모기업 AB인베브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하면 해외 소주 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일소주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제주소주가 기존에 진출한 동남아시아가 초기 수출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오비맥주는 이번 소주 시장 진출은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비맥주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맥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는 동시에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우선 과일소주를 내세워 해외 수출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제주소주 기존 브랜드 사업은 모두 접고 신규 브랜드를 내세워 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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