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성일하이텍이 유럽 내 첫 하이드로센터 설립 계획을 재확인했다. 현지에서 전처리부터 후처리까지 통합 생태계를 구축,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정조준한다. 다만 전기차 산업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겪고 있는 만큼 시장 회복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9일 글로벌 원자재 시장 분석 기관 '패스트마켓(Fastmarket)’에 따르면 박수철 성일하이텍 헝가리법인 법인장은 배터리 전문 컨설팅 업체 'GDMMC' 주최로 지난 25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아시아 EU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서밋(Asia EU Li-ion Battery Recycling Summit) 2024'에 연사로 참석해 "성일하이텍은 향후 몇 년 동안 유럽에 최대 3개의 후처리 공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헝가리, 독일, 프랑스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일하이텍은 한국에 세 번째 하이드로센터를 오픈하면서 후처리 용량을 늘렸고, 유럽 전역으로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며 "유럽연합(EU)이 블랙매스 수출을 제한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에 습식 제련을 위한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이드로센터는 후처리 전담 시설이다. 폐배터리를 분쇄해 얻은 중간가공품인 블랙매스에서 습식 제련 과정을 통해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핵심 원재료를 추출한다. 현재 전북 군산에 3개의 하이드로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최근 지어진 제3하이드로센터는 올 6월 준공됐다. 유럽에 하이드로센터가 건설되면 성일하이텍이 처음으로 해외에 설립하는 후처리 시설이 된다.
성일하이텍은 기존 배터리 공급망이 한국 등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어 국내에만 하이드로센터를 건설했다. 해외 진출하는 고객사들이 늘어나는 등 현지 시장 중요성이 커지면서 유럽과 북미에 하이드로센터 설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며 투자가 지연됐다.
현재 첫 해외 하이드로센터가 들어설 국가로 가장 유력한 곳은 헝가리다. 성일하이텍은 헝가리에 전처리 공장인 리사이클링센터를 두고 있어 하이드로센터 건립시 현지에 통합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헝가리 정부가 성일하이텍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성일하이텍은 헝가리 국영 에너지 회사 '몰(MOL) 그룹'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가 지난 8월 몰 경영진과 회동하기도 했다. <본보 2024년 8월 26일 참고 성일하이텍, 헝가리 최대 에너지기업 '몰'과 폐배터리 등 전방위 협력 논의>
염광현 성일하이텍 영업마케팅부문장(상무)은 "해외 하이드로센터 건설과 관련해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가장 많이 얘기가 진전된 곳을 꼽으라면 헝가리이겠지만 이 역시 아주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성일하이텍이 북미보다 유럽으로 먼저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가별 정책 때문이다. 유럽은 현재 블랙매스 반출을 제한하기 위해 블랙매스와 배터리 스크램을 유해 폐기물로 지정하는 폐기물 운송 관련 법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 시행시 블랙매스와 스크랩을 비(非)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반출하는 것이 금지된다. 반면 미국은 배터리 공급망 내 리사이클링 업체에 대한 보조금 등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성일하이텍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