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폭스바겐의 대규모 배터리 투자가 무산된 체코가 새로운 투자자 물색에 나선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당국의 ‘원픽’ 중 하나로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한 몸에 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17일 독일 자동차 전문지 '일렉트로오토 뉴스(Electroauto-new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요젭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5개 회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을 통해 폭스바겐 자회사 '스코다(Skoda)'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협상중인 5개 기업은 익명에 붙여졌다. 유럽이 아닌 아시아, 북미 등 다른 대륙권에 기반을 둔 회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여부와 관계없이 체코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에 지속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공장을 통해 유럽 진출 경험이 있는데다 주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어 생산능력 확장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체코 공장 설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 오창 △미국 미시간 △유럽 폴란드 △중국 남경 등 현재 운영 중인 4개 거점을 통해서 글로벌 수요에 대응한다. 실제 최근 미국 포드·튀르키예 코치와 공동 추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사 설립 계획도 철회한 바 있다. 3사는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존 생산시설과 인력을 활용키로 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프라하에서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총리를 만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미 △독일 △스페인 △캐나다에 대규모 기가팩토리를 짓기로 결정했고 예상 대비 유럽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린 탓에 추가적인 투자가 기업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체코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광물부터 배터리 제조까지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올해 배터리를 '전략적 프로젝트'에 포함해 인센티브 정책도 확대했다. 서부 플젠 지역 등에 부지를 확보하고 배터리 기가팩토리 2개를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