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파나마 운하 관리 당국이 현재의 운하 통행 제한 정책을 최소 10개월 이상 더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뭄으로 낮아진 수위가 회복되지 않으면 통행 제한을 내년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청(ACP)은 가뭄에 시달리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일일 선박 통과 횟수 제한이 최소 10개월에서 최대 1년간 유지할 수 있다.
일리아 에스피노(Ilya Espino) ACP 관리자는 "향후 3개월 이내 운하 수위를 복구할 수 있을 정도의 강수량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최대 1년 이상 통행 제한 정책의 연장 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운하를 이용하려는 선주들에게 지연을 피하기 위해 미리 예약할 것을 권했다. 파나마 운하를 이용 예정인 해운사에는 통행 제한 연장을 고려해 연간 항해 계획 수립을 권고하기도 했다.
ACP는 통상 최대 23대 까지 선박 예약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가뭄으로 운하 수위 유지에 필요한 담수가 부족해지자 예약 가능 선박 수를 16대로 제한하는 '컨디션 2(condition 2on)'를 발령했다가 운하 수위 상태가 개선되지 않자 다시금 예약 제한을 강화했다.
선박이 운하를 통과하려면 2억 리터의 담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극심한 가뭄에 직면해 수위가 줄어 선박의 흘수(draught)도 낮췄다. 평상시 14m를 넘다가 현재 13.41m까지 줄였다. <본보 2023년 8월 20일 참고 파나마 운하, 예약규정 조정…추가제한 가능성>
이로 인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인근에서 대기하는 선박 수 또한 평균 90대에서 130대 내외로 크게 증가했다.
운하 통과 대기시간도 늘었다. 이용 통행 제한 이전에는 파나마 운하 통과에 평균 3~5일의 대기 기간이 소요됐으나 통행 제한 정책 시행 이후 평균 대기 기간이 11일로 증가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 19일까지 대기해야만 운하 통행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파나마 운하는 지난해 하루 평균 40대의 선박이 통과했으나, 운하 통행 제한 정책으로 지난 8월 기준 최대 통과 가능 선박 수는 32대로 작년 대비 20% 감소했다.
파나마 운하 통행 제한의 정책 장기화로 연말 쇼핑 시즌 물류 대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는 "현재 선박 도착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12월이 다가오면서 성수기라 크리스마스 상품이 빠르게 배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의 겨울이 다가오고 에너지 제품이 다시 트래픽을 증가시키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파나마 운하 혼잡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