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한아름 기자] 국내 유통업계 내 '외인용병술' 트렌드가 눈길을 끈다. 글로벌 사업을 이끌 현지 용병술과 조직 혁신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성과주의 중시가 담긴 '신상필벌'이 핵심으로 읽힌다. 핵심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춰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SPC 등 국내 유통업계에서 외인 바람이 거세다. 현지 법인 대표를 현지인으로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글로벌 사업을 뒷받침할 컨트롤타워 조직 등 신속한 인사와 조직 구성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풀무원이 최근 일본법인 아사히코 대표에 전격 교체했다.
지난 1일 일본법인 아사히코 대표에 이케다 미오씨를 발탁했다. 조현근 대표가 물러나면서 '이케다 미오' 체제로 변화를 줬다. 현지화로 파이를 적극 확대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풀무원은 미오 대표의 적극적인 신규시장 개척을 통해 아사히코의 흑자 전환과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이번 선임에 대해 일본 현지인 입맛을 홀린 '두부바'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5년 간 아사히코에 몸담으며 브랜드 혁신에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아사히코 PF(Plant Forward) 사업부장, 영업 마케팅 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전통적인 두부 및 유부와 더불어 식물성 지향 신제품 '두부바'와 '두부 크럼블'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키자미 유부' 등 글로벌 신제품 마케팅도 주도하며 화제를 모았었다.
SPC그룹도 도전적이고 현지화 전략 구축이 감지된다.
최근 외국인 부총괄을 수장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짰다. 하나 리(Hana Lee) SPC그룹 파리바게뜨 동남아 지역 총괄이 베트남 사업을 담당한다. 싱가포르에서의 파리바게뜨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경험을 기반으로 베트남 사업의 성공적인 재건을 이뤄냈다.
리 동남아 총괄은 15년 간 싱가포르에서 맥도널드·커먼웰스 캐피탈 그룹(Commonwealth Capital Group) 등에 몸담으며 신규 비즈니스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 전략을 추진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2년 동안 싱가포르 부총괄로 일하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월부터 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신상필벌 원칙이 분명히 적용되고 있다는 해석도 적지않다. 실제 SPC그룹은 기존 하노이, 호치민 2개 법인이었던 것을 하노이 법인은 지사로 전환하고 파리바게뜨 베트남(호치민 법인)으로 통합했다. 파리바게뜨는 2021년 베트남에서 순손실 2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상필벌을 중시하는 SPC그룹에서 경영 효율화를 위해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이라며 "능력주의 경영 체제로 식품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