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전 시장 빙하기…日 히타치, 영국 원전 포기

작년 1월부터 원전 사업 중단
자금 조달 난항·코로나 여파

 

[더구루=오소영 기자] 일본 히타치(日立) 제작소가 영국 원전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뺀다.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으며 작년 1월 사업을 중단한 후 약 20개월 만이다. 영국 정부와 논의를 재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마저 장기화되며 사업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히타치 제작소는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영국 원전 사업을 철수하기로 확정했다. 히타치 제작소는 "원전 사업을 중단한 지 20개월이 지났고 그사이 코로나19 여파로 투자 환경이 악화됐다"고 철수 배경을 밝혔다.

 

히타치 제작소는 2012년 영국 원전회사 호라이즌 뉴클리어 파워를 인수하고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 웨일즈 북부 앵글시섬에 원전 2기를 지을 계획이었다. 총 투자비는 3조엔(약 33조원). 이 중 2조엔(약 22조원) 이상을 영국 정부가 융자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히타치, 영·일 양국 정부·다른 기업이 히타치 사업회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히타치 제작소는 2020년대 중반부터 원전을 가동할 계획이었으나 도쿄전력과 주부전력 등 주요 전력사들이 빠지며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히타치는 영국 정부에 추가 자금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작년 1월부터 건설을 무기한 연기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히타치 제작소에 다시 손을 내밀며 사업이 재개되는 기류가 형성됐다. 영국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 사업에 주목하고 히타치 제작소에 다시 접촉했다.

 

던컨 호손 호라이즌뉴클리어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정부가) 적절한 자금 조달 모델을 마련한다면 우리 프로젝트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프로젝트 재개를 위해) 영국 정부와 매우 구체적인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호라이즌뉴클리어파워는 히타치 제작소가 영국에 설립한 자회사다.

 

양측이 논의를 재개했지만 끝내 자금 조달 방안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히타치 제작소도 영국 사업에서 완전 손을 떼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히타치의 철회에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 노동당 소속 의원인 앨런 화이트헤드는 "원전 건설의 철회를 되돌릴 수 있다면 150~200억 파운드(약 22~29조원)의 투자 손실을 포함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수천 개의 일자리 창출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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