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기존 양산 제품 대비 속도를 약 30% 끌어올린 차세대 DDR5 D램을 샘플링 단계에 본격 착수했다. 더 빠른 D램을 앞세워 서버·PC·인공지능(AI) 환경에서 메모리 처리량 향상이 요구되는 고객사 수요에 대응, 글로벌 D램 시장 1위 입지를 공고히할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16기가비트(Gb) 용량의 7200Mbps급 DDR5 D램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양산 제품 최대 속도인 5600Mbps 대비 개선되면서 초당 처리 가능한 데이터량이 늘어 지연을 줄이고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고속 DDR5 D램 샘플링은 서버·PC 제조사의 플랫폼 설계와 검증 단계와 맞물린다. 인텔은 차세대 프로세서 ‘팬서 레이크(Panther Lake)’와 ‘애로우 레이크(Arrow Lake) 리프레시’에서 초당 7200MT급 DDR5 D램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DDR5는 표준 동작 전압 1.1V에서 구동되며, DDR4 대비 버스트 길이와 뱅크 수가 2배 확장된 구조를 적용해 대역폭 활용 효율을 강화한 규격이다. 전송 속도가 상승하면 AI 추론·대규모 데이터 분석·8K 영상 편집처럼 메모리 대역폭이 성능 병목으로 이어지는 작업에서 처리 여유를 확보할 수 있어 고객사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도입 시 메모리 구성 옵션을 더 넓게 검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ODECC(On-Die Error Correction Code) 적용과 전력반도체(PMIC) 기반 전력 관리 방식으로 DDR4 대비 전력 효율을 높였다. 12나노미터(nm)급 공정·실리콘 관통 전극(TSV)·극자외선(EUV) 기술 기반 확장성으로 1TB급 모듈까지 구성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업체는 성능과 용량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새롭게 도입된 부품 번호 체계 변화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DDR 계열 D램 칩에 'K4'로 시작하는 부품 번호를 사용해 왔지만, 이번에 샘플 단계로 등록된 16Gb DDR5 칩은 'PDRQL8KCBF12-00', 'PDRQLAKCDF12-00'처럼 'PDRQ' 표기가 적용됐다. DDR5 D램 라인업을 정리하면서 속도·구성에 따라 제품군을 보다 세분화해 구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메모리 제조사 간 속도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7200Mbps급 DDR5 샘플을 테스트 중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작년 DDR5 상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11월 열린 'IC 차이나 2025'에서 최고 8000Mbps급 DDR5 신제품을 내놓으며 고속 제품군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DDR5 D램에서 속도 우위를 내세우면서 삼성전자를 향한 추격 압박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