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유럽 인버터 시장 노리는 中 선그로우, 폴란드에 대규모 투자

첫 유럽 생산기지…연 20GW 인버터·12.5GWh ESS 생산
내년 초 가동 목표…400개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 '기대'
中 중심 생산구조 탈피 본격화…韓 유럽 수주 경쟁 압박 확대

[더구루=정예린 기자] 중국 태양광 인버터·에너지저장장치(ESS) 업체 '선그로우(Sungrow)'가 폴란드에 유럽 첫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중국 중심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정책·조달 환경 변화에 대응,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선그로우에 따르면 회사는 2억3000만 유로(약 3947억원)를 투자해 폴란드 하부 실레지아주 바우브지흐(Wałbrzych) 특별경제구역에 태양광 인버터·ESS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 총면적 6만5400㎡ 규모로 연간 인버터 20GW·ESS 12.5GWh 생산 능력을 갖추며, 향후 12개월 내 가동을 시작해 4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신공장은 선그로우의 첫 유럽 내 생산 거점이다. 현재 △중국 허페이 △인도 벵갈루루 △태국 촌부리에 제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태국·인도에 구축된 해외 생산능력 25GW에 더해 폴란드 공장이 가동되면 선그로우의 전체 인버터 생산능력은 350GW로 확대된다.

 

유럽 내 현지 생산 거점 확보는 조달·입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은 넷제로산업법(NZIA)을 통해 태양광 인버터·모듈 등 핵심 장비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공공 입찰에서는 가격 외 요소를 반영하는 비가격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유럽에 생산시설을 둔 업체는 입찰 참여 요건과 평가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유럽 인버터 시장이 둔화 국면에 진입한 점도 이번 투자와 맞물린다.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유럽 인버터 시장 규모는 2024년 88GW에서 2025년 83GW로 줄었고, 2032년까지 연간 75GW 미만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재고 누적과 스페인 등 주요 시장에서 유틸리티급 태양광 프로젝트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그로우는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납기·조달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폴란드 공장 설립은 사이버보안 이슈와도 연결된다. EU는 최근 사이버보안법(CSA) 개정 논의 과정에서 ‘고위험’ 기업·부품을 에너지 인프라 공급망에서 배제할 수 있는 장치를 검토하고 있다. 전력망 핵심 설비인 인버터를 유럽 내에서 생산·검증하는 체계는 조달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을 동시에 낮추는 효과를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선그로우의 유럽 현지 생산으로 국내 업체들의 경쟁 환경도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 내 생산 제품은 관세·정책·공공조달 기준 등에 따라 일부 사업 참여에 제약을 받아왔지만, 유럽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할 경우 입찰·공공조달·대형 프로젝트 접근성이 높아진다. 한국 업체들 역시 유럽 시장에서 ‘비중국 공급망’ 이미지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 확보, 기술 차별화, 전력망 규격·보안 기준 대응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선그로우는 2005년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1년부터 선그로우 유럽 법인을 통해 현지 사업을 확대해왔다. 현재 유럽 전역에 25개 현지 사무소, 2개 연구개발(R&D) 센터, 26개 물류 창고, 3개 트레이닝·기술 역량 센터 및 서비스 센터를 운영 중이며, 유럽 본사는 독일 뮌헨에 있다.

 

션 시 선그로우 유럽법인 사장은 "이번 공장은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고 유럽 내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거점"이라며 "전자·자동화·첨단 제조 인력이 축적된 하부 실레지아 지역의 산업 기반을 활용해 현지 채용을 확대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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