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제조·검사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가 추진하는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 투자로 설립된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허브 'EPIC(Equipment and Process Innovation and Commercialization) 센터'의 창립 멤버로 합류한다. 기존 첨단 패키징 협업을 넘어 전공정 전반으로 공동 개발 범위를 확대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을 잇는 글로벌 협업 체계가 본격 가동되는 모습이다.
12일 AMA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조성 중인 신규 EPIC 센터의 첫 번째 파운딩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EPIC 센터는 반도체 제조 공정과 장비 R&D를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설이다. 올해 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는 이곳에서 △원자 단위의 첨단 패턴 형성 △식각 △증착 공정 등 차세대 칩 제조를 위한 핵심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AMAT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선도적인 반도체 장비 기술 협력을 더욱 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류는 지난 2024년 11월 싱가포르에서 발표된 'EPIC 어드밴스드 패키징' 이니셔티브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이어진 후속 조치다. 당시 삼성전자가 AMAT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 협력을 공식화했다면, 이번 EPIC 센터 참여는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통합적 기술 리더십 확보 단계로 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당초 최대 4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던 EPIC 프로젝트는 이번 발표를 통해 5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 R&D 분야에서 '역대 최대' 규모 투자로, AI 반도체 수요 폭발에 따른 전략적 위상 강화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실리콘밸리 EPIC 센터 합류와 함께, 지난해 11월 발표된 경기도 오산의 '어플라이드 컬래버레이션 센터 코리아'와 연계한 글로벌 R&D 네트워크도 본격 가동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차세대 원천 공정과 미래 노드 기술을 선행 개발하고, 오산에서는 국내 생산 라인에 최적화된 양산 기술을 고도화하는 '글로벌 투트랙'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프라부 라자(Prabu Raja) AMAT 반도체 제품 그룹 사장은 "삼성전자를 첫 번째 파운딩 멤버로 맞이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EPIC 센터는 반도체 생태계의 새로운 혁신 엔진으로서 성능과 수율 개선을 동시에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한 선제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세 공정 한계와 3D 적층 기술 고도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에서, 장비 기업과의 병렬형 공동 개발은 차세대 메모리 구조와 첨단 로직 공정 경쟁력 확보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장비 기업과의 선행 공동개발 체계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EPIC 센터 합류는 단순 협력을 넘어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