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LG그룹의 영빈관이자 인재 육성 허브로 활용될 복합 거점이 서울 한복판에 생겨났다. 그룹 영빈관 역할로서는 '연곡원' 매각 이후 약 20년 만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를 직접 맞이할 전용 공간이자 임직원 교육의 장으로서 LG의 기업 문화를 반영한 스타일이 가미된 '남산 리더십 센터(NLC)'가 내년 1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내부 경영과 체질 개선에 집중해온 구 회장의 대외 행보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의 레저·부동산 개발 사업 자회사 디앤오(D&O·옛 S&I코퍼레이션)는 서울 중구 남산동 일대에 조성 중인 '남산 리더십 센터'의 내부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건물 외형과 주요 시설은 대부분 갖춰졌지만, 세부 인테리어와 운영 동선 등 내부 정리는 아직 진행 단계로 파악됐다. 정식 개관 시점은 내년 1월 초다.
◇ 주요 전략 회의·비공개 회동 공간…삼엄한 통제 이뤄져
남산 리더십 센터는 LG그룹의 새로운 영빈관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총수인 구 회장이 국내외 귀빈을 접견하는 공간이자, 그룹 차원의 주요 전략 회의와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비공개 회동이 이뤄지는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남산동 일대에서는 차량과 보행 통제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 남산을 방문한 이들의 주요 보행로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접근이 엄격히 관리되면서, 인근에서는 통제가 잦아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향후 고위급 인사 방문과 민감한 회동을 전제로 한 보안 체계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남산 리더십 센터를 삼성의 승지원과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 승지원은 삼성 총수 일가가 해외 정상급 인사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그룹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상징적 공간이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면서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보안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대표적인 재계 영빈관으로 꼽힌다.
◇외부 네트워크 확장과 내부 인재 육성 복합 거점 역할
남산 리더십 센터 역시 서울 도심이라는 입지와 철저한 통제라는 점에서 승지원과 닮았다. 다만 기능 면에서는 차별화가 예상된다. 승지원이 총수 중심의 외빈 접견과 전략 회의에 초점을 맞췄다면, 남산 리더십 센터는 영빈관 기능과 함께 임원 연수 및 리더십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외부 네트워크 확장과 내부 인재 육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복합 거점이라는 점에서 'LG식 영빈관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는 지난 1988년부터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연곡원’을 그룹 영빈관으로 사용해 왔다. 연곡원은 LG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이 생전에 머물렀던 저택으로, 그룹의 역사와 상징성이 깃든 공간이다. 하지만 지난 2006년 그룹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매각되며 영빈관 기능은 중단됐다. 이후 LG는 별도의 전용 영빈관 없이 주요 행사를 운영해왔다.
재계는 이번 남산 리더십 센터 조성이 구 회장의 경영 행보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평가한다. LG는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 전장부품, 인공지능(AI) 등 보안이 핵심인 신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와의 접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 방한하는 글로벌 파트너와 고위 인사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구 회장은 이 공간을 토대로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에 더욱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 이후 내부 체질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해온 구 회장이 이제는 대외 접점 확대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40대 경영자라는 점에서, 남산 리더십 센터는 향후 구 회장의 리더십 변화를 상징하는 무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국내 사업 기반을 다지며 LG그룹의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남산 리더십 센터는 이를 토대로 글로벌 사업과 중장기 미래 전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용한 리더십으로 대표되던 구 회장의 이미지와 대외 행보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