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베이징현대의 수장 자리에 중국 현지 최고경영자(CEO) 리펑강 전 FAW-아우디 부총경리를 임명한 것을 두고, 중국 자동차 업계와 시장에서 기대와 우려의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베이징현대 합작사 설립이래 2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측 대표 권한을 중국 본토 경영진에게 전면 이양한 인사로, 현대차가 침체된 중국 시장 재도약을 위해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중국 매체 소후(Sohu)에 따르면 현지 자동차 업계는 리 총경리의 선임을 현대차의 ‘임기응변’이 아닌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하며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오랜 부진에 빠진 현대차의 중국 사업에 새로운 사고와 실행력을 불어넣을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중국인이 중국 시장을 더 잘 알고, 중국 소비자 수요를 더 정확히 파악한다'는 판단 아래 리더십 교체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전략 실행력과 시장 적응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앞서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 대를 달성하고, 이 중 중국 시장 비중 8%, 전동화 모델 비중 60%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베이징현대가 발표한 순수전기 SUV ‘EO 이아오'와 전동화 비전 ‘지치 2030 계획’을 추진할 핵심 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리 총경리가 아우디에서 쌓은 경험은 현대차의 고품질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리포지셔닝 전략에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구조적 부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지 토종 브랜드들이 전동화·지능화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구축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아직 뚜렷한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한 리 총경리가 FAW-아우디에서 주로 내연기관·프리미엄 시장 중심의 경험을 쌓은 점도 변수로 꼽힌다. 전혀 다른 패러다임인 신에너지차(NEV) 중심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 전략을 실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포드, 렉서스 등 다국적 기업이 중국 현지인을 수장으로 임명했을 때도 성공과 실패가 엇갈렸던 만큼, 리펑강 체제의 성패는 본사의 권한 이양 수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이번 인사를 통해 중국 사업의 실질적 자율성과 현지화 속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향후 반등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리 총경리가 전동화 전환의 현지 실행을 주도하고, 베이징현대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결국 현대차는 리더십 교체를 통해 '현지화 가속'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중국인 사령탑'이 현대차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