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삼성전기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방한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투자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필리핀 경제특구청(PEZA)과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인공지능(AI) 서버와 전장용 시장 성장에 대응해 필리핀을 글로벌 생산 허브로 키운다.
3일 필리핀 대통령실에 따르면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법인은 지난 1일 부산사업장에서 PEZA와 MLCC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장덕현 사장과 마르코스 대통령이 참석했다.
삼성전기는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 소재 공장 증설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와 일정, 필리핀 정부의 지원 규모 등 세부 내용을 협상하고 투자에 나선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삼성의 투자 효과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방한 일정에 동행한 필리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확장에 500억 페소(약 1조원)를 투자하고 이는 3000개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기술 이전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공식 성명에서 2027년 7월 상업운전을 시작, 3500개 고용 효과를 유발한다고 예상했다. 테레소 판가(Tereso Panga) PEZA 사무총장도 "필리핀 전자 산업의 획기적인 성과"라며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필리핀의 입지를 강화하며 현지 인재들에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각 반도체에 필요한 만큼 공급해 원활히 동작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이다. 휴대폰과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중심에서 인공지능(AI) 서버와 전장 등으로 수요처가 확대되면서 삼성전기의 '효자 품목'으로 꼽힌다.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901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를 차지했다.
삼성전기는 수요에 대응해 필리핀 공장 증설을 모색해왔다. 장 사장은 앞서 MLCC 증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완공 및 가동까지 약 2년이 소요되는 만큼 빠르게 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었다. 필리핀 정부도 세제 혜택을 약속하며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본보 2025년 8월 14일 참고 삼성전기 필리핀 공장 착공 기대 '솔솔’…현지 당국 세제 혜택 등 전폭 지원>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법인은 1997년에 설립됐다. 2000년부터 IT용 MLCC, 인덕터 등을 생산했으며 2012년 MLCC 제2공장, 2015년 2880억원 상당 추가 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