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기가 추진하는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규모 필리핀 공장 증설 프로젝트가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구체화되고 있다. 현지 생산능력을 강화해 필리핀 생산기지를 아세안 수출 허브로 육성, 부산·중국과 더불어 3대 글로벌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거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테레소 판가 필리핀 경제구역청(PEZA) 청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파사이시에서 열린 ‘물 포럼 2025’ 직후 현지 매체 기자들과 만나 "삼성 투자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가 승인됐다"며 "전력 보조금은 이번 주 재정인센티브심사위원회(FIRB)에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며, FIRB 승인을 받은 후 대통령실로 전달되고 이후 PEZA가 등록 계약서 서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신규 투자를 통해 라구나 칼람바 공장에서 생산되는 MLCC, 인덕터, 칩 저항기 등의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시설 현대화를 추진한다. 특히 고부가가치 전장용 MLCC 생산라인을 추가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고용 창출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정부는 '크리에이트 모어(CREATE MORE)' 법에 따른 세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크리에이트 모어법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촉진하고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된 법안이다. △법인세 감면 △투자 인센티브 확대 △특정 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 등이 포함된다.
이번 증설 투자는 단일 법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현지 최대 규모 프로젝트로, 삼성전기의 필리핀 내 전자부품 생산 역량 강화와 아세안 및 글로벌 시장으로의 수출 허브 확대라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필리핀과 중국은 전장·IT용 MLCC 글로벌 공급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필리핀 투자는 작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방문 이후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당시 칼람바 공장을 방문해 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AI·로봇·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 선점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1997년 라구나 칼람바에 필리핀법인(SEMPHIL)을 설립하고 MLCC, 인덕터, 칩 저항기 등 전자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2000년부터 IT용 MLCC, 인덕터 생산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MLCC 제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에는 2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