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인도를 전략적 핵심 거점으로 삼고 전열을 재정비한다. 그 일환으로 인도 법인의 리더십에도 변화를 준다. 기존 김언수 인도권역본부장(부사장)이 연말을 기점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타룬 가르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전면에 나선다.
15일 현대차 인도법인(Hyundai Motor India Limited)에 따르면 전날 이사회에서 김언수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장의 사임과 타룬 가르그 COO의 신임 CEO 임명을 결의했다. 김 본부장은 오는 12월 31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타룬 가르그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인도권역본부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김 본부장의 사임 배경에 대해 본사에서 전략적 역할 수행을 위해 한국으로 복귀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룬 가르그는 델리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인도경영대학(IIM) 러크나우에서 MBA를 마친 후, 마루티 스즈키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다양한 부문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대차 인도법인에서는 디지털 전환, 프리미엄 채널 구축, 중고차 사업 확장 등 여러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며 성과를 냈다.
이번 인사 단행은 현대차가 인도를 글로벌 핵심 시장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인도 내 생산 및 판매 역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59만8666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13.9%를 기록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7만347대(내수 5만1547대, 수출 1만88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10% 성장했다. 특히 수출 물량은 3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 SUV '크레타'는 한 달간 1만8861대가 팔리며 월간 판매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SUV 강세는 판매 구조의 변화도 이끌었다. 전체 판매 중 SUV 비중은 72.4%에 달해, 현대차가 인도 SUV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 측면에서도 현대차는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의 가동을 시작하며 캐파를 확대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연간 17만대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기존 타밀나두주 공장의 70만대 생산능력과 합쳐 현대차는 인도 내에서 연 87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인도 2위 완성차 제조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에서 인도의 비중을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5%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전기차, SUV, 프리미엄 브랜드(제네시스)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인도 시장을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세제 개편 등 정부 정책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가 소형차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자, 현대차는 해당 정책 시행 첫날에만 1만1000대를 판매하며 일일 판매 기준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 최근 인도 시장에 본격 진출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저가 전략과 현지 생산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BYD를 비롯한 경쟁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은 물론, 브랜드 가치 제고 및 현지 공급망 강화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해 12월 인도 증시에 상장하며 약 19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33억 달러 규모의 공모로 인도 IPO 역사상 최대 자금 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사회도 현지 중심으로 재편돼 사외이사 전원을 인도 출신으로 구성하고, 여성 및 IT·금융 전문 인사를 포함시키는 등 지배구조의 현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