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일본 닛산이 미국에서 대표 전기차 ‘리프(Leaf)’를 둘러싼 소비자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앞서 배터리 과열 위험으로 곤혹을 치룬 바 있는 가운데 추가 수리·보상 책임 부담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29일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주민 4명이 최근 닛산 북미(Nissan North America, In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2019~2022년형 리프의 배터리 과열과 화재 위험을 문제삼으며 약 4만8295대가 영향을 받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닛산의 레벨 3(Level 3) DC 급속 충전 시스템에 결함이 있어 배터리 과열과 화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닛산은 이를 인지하고 운전자들에게 경고를 제공했지만 충분한 수리나 보상은 제공하지 않았다는 게 원고 측의 지적이다.
닛산은 작년 10월 레벨 3 DC 급속 충전 시 고전압 배터리 팩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으로 2019~2020년형 리프 약 2만3887대에 대해 공식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리콜 대상은 2018년 8월 29일부터 2020년 11월 3일까지 테네시주 스머나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이었다. 당시 닛산은 문제 해결 전까지 레벨 3 충전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같은 해 11월까지 무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했다.
레벨 3 충전은 직류(DC) 초고속 충전으로 공용 충전소에서 단시간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급속 충전 과정에서 과도한 전류가 배터리에 공급되면, 설계 결함이나 열 관리 문제로 열 폭주(thermal runaway)로 인한 화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집단소송은 닛산의 배터리 안전 관리와 소비자 대응 책임을 법적으로 검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닛산은 추가적인 수리나 보상 의무를 부담할 수 있으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와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은 리콜 이후에도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대응이 충분했는지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업계 전반에서 급속 충전 안전 관리와 배터리 과열 문제 대응 방식에 대한 선례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