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나윤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최근 발간한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 성과를 공개했다. 공통적으로 ESG 대출을 늘렸지만 기업·개인 대출 비중과 투자 확대 여부에서 서로 다른 전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ESG 금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개인 중심 확대 △기업금융 강화 △투자 중심 전략 등으로 방향성을 달리했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업 ESG 대출이 2023년 5조6400억원에서 5조1400억원으로 8.8% 감소했지만 개인 ESG 대출은 3조7100억원에서 4조3600억원으로 17.5% 늘렸다. 개인 부문을 중심으로 외연을 넓힌 셈이다.
우리금융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기업 ESG대출은 1조900억원으로 8.4% 줄었지만 개인 ESG대출은 19조8500억원으로 12.8%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개인 ESG대출이 2조2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4% 줄어든 반면 기업 ESG대출은 5조2100억원으로 90.9% 급증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전환 지원을 위한 기업 ESG금융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은 ESG 투자를 3조240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1.8% 늘렸다. 그룹 주력 계열사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4년 연속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을 이어가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녹색채권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목적의 특정 프로젝트에만 투자하도록 한 특수 목적의 채권이다.
각 그룹은 단순히 대출과 투자 확대에 그치지 않고 ESG 평가·심사 체계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KB금융은 기후금융 업무를 전담하는 ‘기후금융 실무협의체’를 가동하고 투자·대출 결정 과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는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신한금융은 ESG 평가모형을 고도화해 기업 여신심사 단계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녹색·사회적 금융 적격 기준을 정의한 ‘지속가능금융 프레임 워크’를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은 ‘기업 ESG 라운지’를 통해 기업 대상 컨설팅·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교육을 지원한다. 또 국내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활용한 ‘ESG 금융 심사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금융·투자 심사를 정교화했다.
우리금융 역시 그룹경영협의회를 통해 ESG 금융 상품·서비스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환경부의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친환경 사업에 대한 여신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