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현대로템이 폴란드 수출형 K2 전차 '갭필러'(Gap Filler)에 이어 현지에서 양산될 폴란드형 전차 'K2PL'에 이스라엘산 능동방호체계(APS)를 탑재한다. 당초 한국산을 개발해 탑재하려 했으나 실전에서 성능을 검증한 이스라엘제 APS를 장착해 전차와 기갑의 생존력을 높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2일부터 5일까지(현지시간)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리는 동유럽 최대 국제 방산 전시회 'MSPO 2025'에서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Rafel Advanced Defense Systems Ltd)과 '트로피(Trophy)' APS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현대로템의 K2 주력전차와 트로피 APS의 통합, 생산, 마케팅, 국산화 및 전체 수명주기 지원을 포함한다.
츠비 마르모르(Tzvi Marmor) 라파엘 육·해상 시스템 부문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이번 협약은 차세대 장갑 플랫폼의 전장 생존성 향상을 위한 공동 의지를 보여준다"며 "라파엘의 실전 전투 경험과 한국의 산업·기술 역량을 결합해 국내외 방위 수요를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형준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 부문 연구소장은 "트로피 APS는 풍부한 전장 경험을 바탕으로 K2 주력전차의 방호력을 향상시킨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APS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완벽하게 통합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오는 2028년부터 현지에서 양산될 폴란드형 K2 전차(K2PL)에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APS를 장착하려 했으나 성능이 입증된 트로피 시스템을 장착하기로 했다. <본보 2024년 3월 15일 참고 폴란드 K2 전차 어떻게 진화했나...한국형 능동방어체계도 탑재>
트로피 체계는 시판 중인 APS체계 중 유일하게 전투를 통해 성능이 입증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 널리 사용될 정도로 기술적으로 검증돼 폴란드형 K2 전차의 대전차무기 공격무기체계로 채택됐다.
전차와 장갑차의 최후 방패로 불리는 APS는 기갑 차량의 포탑에 탑재돼 로켓·대전차 미사일 등의 공격을 받기 전 능동적으로 위협체를 무력화하는 역할을 한다.
단거리 미사일 및 로켓 방어체계인 아이언돔(Iron Dome) 시스템을 개발한 라파엘과 엘타가 공동 개발한 트로피 APS는 단순 위협의 능동적 대응뿐만 아니라 위협요소의 위치를 특정하고 조준정보를 즉각 제시해 자체 화기의 공격을 유도한다.
4개의 판형 안테나가 전차 주변을 전방위(360도)로 감시할 수 있으며, 외부 위협 종류와 수준에 따라 방어체계가 단계적으로 작동, 자동 대응한다. 방어체계는 전자파·연막탄 등을 활용하는 소프트킬(Soft-kill) 방식과 금속체를 산탄총처럼 발사하는 하드킬(Hard-kill) 방식 모두 갖췄다.
특히 트로피는 자동재장전 장치가 채택돼 승무원이 수동 재장전하는 APS에 비해 위협을 포착하고 대응하는 시간 역시 1초 이내로 매우 짧은 게 특징이다.
2009년부터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실전 배치된 트로피는 가자 지구내 지상전 과정에서 메르카바(Merkava) 전차를 보호해며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했다. 현재 미국 M1 에이브람스, 독일 레오파르트 2 전차에도 탑재돼 운용되고 있다.
한편,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APS는 내년 연구개발 완료를 위해 기술 숙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로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로 실전 배치가 가능한 APS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