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승연 기자] 고관절은 앞뒤, 좌우, 회전 등 움직임의 범위가 넓고 척추와 함께 체중을 지탱하며 앉고 서고 뛰는 등의 신체 동작을 담당하기 때문에 외상이나 노화로 인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에는 퇴행성 고관절염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등이 있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고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손상되면 관절에 물이 차거나 활액막이 두꺼워지며, 심해지면 골 손상이 나타나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고관절염은 우선 약물이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는데, 호전이 없거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5일 힘찬병원에 따르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에 이상이 생겨 대퇴골두의 뼈 조직이 괴사되는 질환이다. 대퇴골두는 크기에 비해 혈관의 크기가 작고 수도 적어 혈관의 손상이나 폐색으로 인해 무혈성 괴사가 발생하기 쉽다. 괴사된 부위의 크기가 클수록, 체중 부하를 받는 위치와 가까울수록 괴사 부위의 골절이 진행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수술적 치료는 대퇴골두와 비구를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시행하게 된다. 이 수술은 삽입할 공간을 딱 맞게 확보한 후 환자의 몸에 맞는 인공관절을 선택해 얼마나 정확한 각도로 삽입하느냐가 수술 성공의 핵심 관건이다. 인공관절의 크기가 환자에게 맞지 않거나, 수술 시 비구컵의 각도가 조금이라도 틀어지고 경사가 맞지 않는 등 삽입 각도가 정확하지 않거나 인공 골두를 삽입할 공간이 예상보다 조금이라도 넓어지게 되면 수술 후 탈구, 충돌로 인한 통증, 다리 길이 차이, 요통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관절수술 분야에서 로봇 수술기가 보편화되면서 기존에 비해 보다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정확한 사전 계획 수립이 가능하고 수술 시에도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며, 인공관절을 정확한 각도와 위치로 삽입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에도 로봇을 적용하며 성공률을 더욱 높이고 있다.
기존에는 집도의가 직접 눈으로 보며 조금씩 삽입할 공간을 넓히고 환자에게 맞는 인공관절을 선택하며 각도를 맞췄다. 하지만 로봇을 활용하면 수술 전 3차원으로 변환된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바탕으로 절삭할 범위, 인공관절의 크기, 삽입 위치 등을 미리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가상 ROM(Range of Motion) 기능을 통해 환자가 서거나 앉는 등 수술 후 고관절의 운동상태를 미리 평가해볼 수 있다.
수술 중에도 로봇은 1도, 1mm 단위로 각도를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집도의는 모니터에 보여지는 수치를 참고해 각도 조절을 보다 세밀하게 할 수 있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인공관절 크기를 계산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탈구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환자가 설 때, 앉을 때, 움직일 때의 고관절의 가동 범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가장 안정적인 위치에 삽입할 수 있어 양쪽 다리 길이도 보다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실제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일반 수술과 로봇 수술로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환자 각각 14명을 대상으로 수술 1개월 후 고관절 경사각을 비교한 결과, 로봇 수술이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비구의 정상적인 각도는 옆으로는 30~50도(경사각·inclination), 앞으로는 5~20도(전경각·anteversion) 가량 기울어져 있다. 비교 결과, 일반 수술과 로봇 수술의 수술 후 평균 각도는 모두 정상범위에 있었다. 다만, 경사각(inclination)에서 정상범위를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례(outlier)가 로봇 수술에서는 한 건도 없없다. 이는 로봇 수술로 오차를 줄이고 정확도를 더욱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힘찬병원 관절클리닉 김태현 진료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수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활도 중요하다. 재활은 수술 후 3개월 시점에 하루 1시간 정도 걷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술 후 1~2일 지나면 보행 연습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보행 보조기나 목발을 이용해 보행하다가 차츰 보조기 없이 자립 보행 연습을 하면서 다리 근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