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한화가 인도에서 '중국 불똥'을 맞았다. 인도가 '중국산' 보안 감시 장비에 대한 우려로 외국산 폐쇄회로(CC)TV 등 감시 장비 체계에 대한 사전 보안평가를 의무화하면서 판매 전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 인도는 사전 기술 보안 검증으로 자국 내 감시 시스템의 품질과 사이버 보안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달 9일부터 중국산 감시 장비의 보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CCTV 장비 제조업체들에 소스코드와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보안평가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앞서 인도 정보기술부는 한화, 모토로라, 보쉬, 허니웰, 샤오미 등 국내외 CCTV 제조사 17곳과 회동을 갖고 인증 규정 준수 의지를 강조했다. 일부 업체가 시행 연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규정에 따라 중국의 하이크비전, 샤오미, 다화와 한국의 한화, 미국 모토로라 솔루션즈, 독일의 보쉬, 영국의 노르덴커뮤니케이션 해외 제조업체들은 인도에 CCTV 등 감시 장비 등을 판매하기 전에 인도 정부 연구소에서 사전 보안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이 규정은 CCTV 변조 방지 케이스, 강력한 악성코드 탐지 시스템, 암호화를 갖추도록 요구한다.
이번 조치로 인도 정부의 새로운 보안 규정은 와이파이(Wi-Fi)와 같은 표준 프로토콜이 아닌 자체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경우, 연구소가 소스 코드를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인도 공무원들은 해외 장비 제조업체를 방문해 시설의 보안 취약점을 검사할 수 있다.
인도 정부가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건 인도 내 CCTV 시장 보안 강화를 위해서다. 외국산 CCTV 기술 검증으로 자국 내 감시 시스템의 품질과 사이버 보안을 개선한다는 목적이다.
최근 인도 CCTV 시장은 보안 수요 증가와 정부 지원 정책으로 급성장했다. 연평균 16.9%씩 성장해 오는 2029년 130억8000만 달러(약 18조787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인도에 설치된 CCTV 중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해외 서버로 영상 데이터가 전송되는 취약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보 2025년 4월 27일 참고 인도 CCTV 시장 급성장…韓기업 프리미엄 시장 공략해야>
인도의 보안 규정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CCTV 공급망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글로벌 업체들은 인도의 이같은 조치에 생산 차질이 발생해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가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해당 정책이 시행된 후 글로벌 업계 내 6000개 모델 중 일부만 새로운 규정에 따라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AI 기업 인피노바(Infinova)의 인도 법인도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수밋 차나나(Sumit Chanana) 인피노바 인도법인 최고영업책임자(CSO)는 "소스 코드 공유, 펌웨어 업그레이드 후 재테스트, 그리고 여러 차례의 공장 감사 등은 내부 생산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기업 비보텍(Vivotec)의 인도 법인장 산지브 굴라티(Sanjeev Gulati)도 인도 관계자들에게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 시장 내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는 한화비전은 현지 규정에 맞게 대응체계를 갖춰 유연하고 전략적인 방안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보안 평가 등 인도 현지 규정과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주요 모델에 대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