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중국이 구리를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전기차(EV)와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 확대에 따라 구리 소비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가격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리는 전기 전도성과 내식성이 뛰어난 대표적 비철금속이다.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태양광·풍력 발전소, 의료기기 등 전방위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꼽힌다. 특히 구리 사용량이 많은 전력망과 친환경 인프라가 확대되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비철금속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중국의 구리 소비량은 1552만 톤으로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요 수요처는 전력망(51%), 가전제품(13%), 건설업(9%), 교통수단(8%) 순이다.
중국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신재생 인프라 투자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며 에너지 전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구리 수요는 지난해 1299만 톤에서 2026년 1981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증가율은 16.8%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자국 내 생산 여력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구리 매장량은 4100만 톤으로 전 세계의 4.2%에 불과하다. 생산량은 전체의 7.8%에 해당하는 180만 톤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구리 수입 의존도는 70%에 달하며, 주요 수입국은 칠레와 페루다.
특히 중국은 구리광과 정광 수입 외에 구리 스크랩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서 225만 톤의 구리 스크랩을 수입해 산업용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구리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구리 평균 가격은 톤당 7만4904위안(약 1454만원)으로, 전년 대비 9.7% 올랐다. 가격은 미국의 금리 정책과 달러 인덱스, 글로벌 공급 불안정에 따라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구리를 전략 비축 자산으로 관리하며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과도한 가격 변동 시에는 재고를 방출해 시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